…그렇다면 오시지 않아도 좋아요

사실은 꽤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어떻게 의사 표현을 해야될지 고민만 했었는데, 즐겨 놀러가는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을 보고 아무래도 때가 되었다 싶어 글을 올립니다. 미리 밝혀 두지만 이 글은 제 미천한 블로그에 찾아와 주시는 적지 않은 수의 분들 가운데 단 한 분에게 드리는 메시지입니다. 제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제 의사 표현을 위해 그 분의 블로그에 찾아가고 싶지 않은데다가 제가 이 상황으로 인해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의사 소통을 위해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사실 저에게 있어 블로그를 굴리는 더 큰 이유는 생각의 기록이지만, 거기에 덤처럼 저와 생각이 비슷한 분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결국 저와 같이 사는 외로움마저 저에게 외로움을 토로하곤 하는 자발적인 고립 및 은둔 생활에 작은 활력소가 될 것이라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의사 소통을 원한다고 해서 모든 종류의 의사소통을 원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저는 선택적인 의사 소통을 원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것을 자신있게 원할 수 있는 이유는, 저는 이 블로그를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또한 여기에서 어느 이익도 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몇 가지의 취미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말과 글이고, 생각은 많지만 시간이 없어 글을 못 올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제가 만약 이렇게 글을 써서 책을 냈다거나 단 1원이라도 영리를 위한 활동을 했다면 제가 품어 내는 자식과 같은 글들에 원하지 않는 반응을 얻는다고 할지라도 감수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가가 따르니까요. 그러나 그런 것들이 전혀 없고 제가 그걸 원해본 적도 없는 이 상황에서는 솔직히 그 어떤 부정적인 반응이라도 감히 거부하고 싶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어찌어찌 해서 어떤 블로그에 가면 막말로 ‘병신 삽질한다’ 라고 생각하게도 됩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병신 삽질하는 것은 그 블로그의 주인이 아니라 바로 저일 것입니다. 왜? 마음에 안 들면 안 가면 되니까, 나랑 생각이 다른데도 굳이 대립해야될 필요가 없으니까… 여기는 그런 종류의 세상이 아니었던 것일까요? 지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의 수자는 너무나도 큽니다. 아닌 것은 지나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별처럼 많아왔습니다.

저와 생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제가 무슨 삽질을 하나 들르시는 분들도 혹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던 저는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들러서 덧글도 남겨 주시고 이런저런 반응도 보여주시는 분들께는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감사하는 마음보다 불쾌함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왔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악의보다 의사소통 요령의 부재라고 생각하고 여태껏 무언의 반응을 보임으로써 저의 정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돌아보면 그 노력이 저의 생각만큼 먹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행간의 메시지가 읽힌듯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한참 고민 끝에 이 글을 남깁니다.

…그렇다면 찾아 오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제 나이 서른 셋, 세상 만물의 진리를 다 가슴에 담고 현명하게 행동할 나이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깎아 내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가림도 못하고 살만큼 어린 나이 역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예의 없는 젊은 사람의 낙인은 사양하겠습니다. 저 역시 저의 까칠함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지만, 기분 좋기 위해 꾸려 나가는 블로그를 통해 기분 상하고 싶지는 않기에 오랜 시간 생각 끝에 이런 졸필을 올립니다.

남겨주셨던 흔적은 일주일 내로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세상에는 별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저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셔도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감정을 나눠 주는데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저도 그런 믿음을 가지고 돌아서겠습니다.

 by bluexmas | 2007/05/20 13:17 |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