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lex, my energy
너는 초등학교 때에도 시험이면 새벽 두 시까지도 안 자고 공부했던 애였잖니, 라고 메일에 쓰여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는 그때, 지금보다도 더 아둥바둥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컴플렉스로 속이 터질듯 들어찬 만두와 같은 아이였다. 실제로 터질 듯 뚱뚱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게 원인이었다. 육체는 나의 굴레였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참으로 못 먹고 못 살던 시기여서 과체중인 애들이 별로 없었는데 나는 그 희귀종 가운데 하나였다. 사람들의 취급은 당연히 좋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건 단지 철 안 든 애들에 국한된 경우는 아니었다. 나는 그래도 공부를 곧잘 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 과체중(=비만)이었던 애들이 싸잡아서 받던 어떤 멸시와 같은 것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성적 덕분에 반장도 곧잘 해 먹었다. 체육이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덕분에 실기평가는 언제나 꼴찌였지만 그래도 성적은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반장이라는 명분으로 특혜를 누린 적도 꽤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게 뭐 그렇게 옳은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채 열 살도 될까말까 한 아이가 그런 것까지 헤아릴 수는 없는 노릇, 누군가 나를 보고 돼지라고 놀린다면 나는 화를 내는 것보다 시험을 더 잘 보는 방법으로 그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풀려 했다. 그래서 컴플렉스는 나의 동반자와도 같은 에너지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생산해서 나를 채찍질하는 방법으로 나는 아마 유학준비까지를 마쳤던 것 같다. 살다보면 꼭 어느 순간에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짠- 하고 나타나서는 대놓고 ‘넌 이걸 못할거야’ 라고 말하고 사라지곤 했다. 그럼 나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거기엔 대학입시에서부터, 전과, 다이어트, 유학준비 등등의 내 삶에서의 모든 굵은 가지들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나 자신에게 그 모든 것들을 내 의지대로 이뤄낼 수 있는 동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동기는 언제나 동기대로 있었고 그런 인식은 덤처럼 가해지는 압력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100% 부담일 뿐이었다. 내가 어떤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였길래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서슴치 않고 했던 것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일들이 꽤 많았다. 돌아보면 너무나도 짜증나는 과거라서 굳이 구구절절이 여기에다가 늘어놓고 싶은 생각이 싹 가셨다. 아침에 그 메일을 읽고서 참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일들만 생각하면 짜증이 북받쳐 오른다.
또 누군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뭐 너 그렇게 살았던 거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거냐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되묻고 싶다. 잘한다 잘한다 소리 듣고 정말 잘하고 산 삶이 자랑할 만한 것이지 못하겠네 얼씨구, 이런 얘기 듣고 기분 나빠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생산해서는 그걸 원동력으로 삼아서 꾸려온 삶에 뭐 자랑할 건덕지가 있냐고. 그리하여 서른 이후로 삶의 최대 목표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안 만들고 살아가는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사는 꼬라지는 정말 피곤하다. 회사엔 아랫사람도 별로 없지만 조직에서 아랫사람이나 어쩌다 마주치는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얘기는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바로 저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건 그 사람들을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나를 위해서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괜찮은데 자기 자신이 안 괜찮은 것 같다고 고민하고 내 눈으로 보기에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들은 괜찮다며 그렇게 자기 자신이 안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감정적 틈새를 찾아내서 공격하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어쨌거나 어느 누구도 컴플렉스를 장작삼아 자기를 태워가며 알고 보면 그렇게 길지도 않은 이 삶을 힘들게 사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이 글 너무 감정적이라 참 두서가 하나도 없다. 쓰다가 살짝 울컥,했다.
# by bluexmas | 2008/10/28 12:22 | Life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