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마일 완주
솔직히 완주 못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정해놓은 시간대에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었다. 지난 주말에 12킬로미터를 뛰었는데 혼자서 뛰니까 10킬로미터를 넘기고 나서는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이번엔 10킬로미터 넘기고 나머지 6킬로미터를 정해진 속도(7분 30초/1마일 정도의 평균속도, 킬로미터로 바꾸면 얼마더라?)로 뛰어서 들어올 수가 있느냐를 시험하는 달리기였다. 그리고 연습목표로 삼았던 다른 하나는 뛰면서 먹거나 마시기… 7월에 10킬로미터를 뛸때 처음 뛰면서 물을 마셔보고서는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는 마시면서 계속 물을 흘려서 웃도리가 젖고, 따라서 무거워져서 절반을 넘기고는 힘들었으니까. 게다가 그때는 여름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겨울이니 물마시다가 옷에라도 흘리면 뛰면서 추위에 떨수도…
달리기가 벌어진 장소는 Stone Mountain이라고, 이름 그대로 예전에 살던 동네 근처에 있는 돌산이다. 나무가 거의 없는 돌덩어리 산을 물과 숲 등등이 둘러싸고 있어서 뭐 골프도 칠 수 있고 배도 타고 달리기도 하고 바베큐도 구워먹는… 그런 공원이다. 산 한 바퀴를 돌면 5마일로 코스를 짜 놓아서 두 바퀴를 돌면 10마일, 반환점을 돌아서 반대로 달리는 것도 아닌 같은 코스를 두 번 도는 달리기라서 두 바퀴째는 좀 지루했다. 아무래도 장거리를 달릴때에는 모르는 코스를 달리는게 차라리 편하다. 뭐가 나오는지 알게 되면 계속 그것만 생각하게 되니까.
하여간 아침 여덟시에 출발했는데 그때의 기온이 화씨 37도니까 거의 영하… 긴팔에 반바지를 입고 뛰었는데 처음 3마일 정도까지 몸이 달아오르지 않아서 좀 고생했지만 그 시점을 넘기고 나서는 미리 생각해놓은 평균속도에 맞춰 달렸다. 마지막 1마일을 거의 전력질주-이게 사실 굉장히 재미있다. 기운을 좀 비축해놨다가 마지막에 촌놈 마라톤하듯 미친듯이 뛰는…-해서 주최측에서 쓰는 시계로 1시간 24분 47초에 들어왔다. 10마일을 달리는데 85분이 걸렸다고 치면 1마일에 8분 30초? 나름 1시간 20분을 목표로 삼았던터라 약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10킬로미터를 넘기고 나서도 생각보다 많이 느려지지 않았다는데 위안을 삼았다. 출발하기 전에 물을 많이 마셔서 막판에는 미친듯이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게 문제였지만 마지막까지도 그렇게 지치지 않아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달 말의 반쪽 마라톤은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시간인데, 지금의 목표는 1시간 55분이다.
# by bluexmas | 2008/11/02 00:48 | Life | 트랙백 | 덧글(6)





비공개 덧글입니다.


저도 걷는 건 하지만 통 뛰질 못하겠던데…


비공개님: 저도 남들 뛰는 거 구경하는 거 좋아해요… 내년까지는 그냥 반쪽마라톤만 하고 그 다음해 정도에 진짜 마라톤을 목표로 하고 있죠. 진짜 목표는 2012년 올림픽 마라톤에 국가 대표로…믿거나 말거나 -_-;;;; 너무 안 말라서 국가대표 못 할 것 같기는 하지만;;;
starla님: 와, 감사합니다! ^^ 뛰는 건 사실 두려움만 없애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처음 뛸 때는 과연 뛰겠나…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