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꼴값은 현재 진행형?
응? 필요한 부엌살림살이를 사러 이마트에 갔는데 플라스틱 랩 따위가 보무도 당당하게 ‘웰빙랩’ 이라는 이름을 달고 진열대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니, 플라스틱 랩 따위께서 웰빙과는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으신걸까? 미국 껍데기에 자랑스럽게 써 있는대로 미국 식약청의 인증을 받으셔서? 뭐 플라스틱 랩 따위가 처음 나왔을 때보다는 안전한 재료로 만들어서 전자렌지에 안전하다든지 하는 장점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건 웰빙랩이라고 이름 붙지 않은 다른 랩들에게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고, 랩 하나 따위로 웰빙을 추구할 것도 아니고 더더군다가 웰빙 자체를 그렇게 추구하는 사람도 아닌데 이딴 웰빙랩을 살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비교해보니 가격이 아주 약간 더 싼 것 같아서 눈 딱감고 집어든다. 아, 다른 랩들보다 아주 약간 더 싸서 경제적으로 웰빙하게 만들어서 웰빙랩인거냐 너? 어쨌든 그래서 집어들기는 했지만 랩을 쓰려고 싱크대 서랍을 열 때마다 생각이 나겠지. 플라스틱 랩 따위가 무슨 웰빙?
대체 웰빙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와서 무슨 저주나 전염병처럼 이 땅을 뒤덮었는지, 그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려는 시도는 무의미하지 않나 싶다. 오래된 남용과 남발 속에 이제는 어느 누구도 그걸 기억하지 못할 확률이 높으니까. 세종대왕이 ‘나랏말쌈이 듕극에 달아’ 한글을 창시했을때 웰빙의 우리말화 까지 염두에 두셨을지는 여쭤볼 수 없어서 알 수 없지만, 이젠 웰빙은 순수 우리말 따위로 화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누구가의 혀에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는, 습관으로 내뱉는 말. 중국 대륙의 하늘을 무차별로 뒤덮어 곡식이든 나무든 사람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메뚜기떼와 같은 말. 우리의 이성도 잠식당해서 다들 생각이 없어지나? 뭐가 맞고 또 틀린지? 하긴 뭐 그게 어디 웰빙 뿐인가? 웰빙의 훌륭한 짝, 명품도 계시잖아. 내가 사는 경기도의 어느 도시는 ‘명품 도시’ 란다. 마을버스 정류장에 떡허니 쓰여 있다. ‘명품 도시 ##.’ 으응? 무슨 근거로? 시청에라도 전화해서 시장님 바꿔달래서는 ‘저, 아무리 생각해도 아파트 단지 바로 옆의 양말공장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오는 이 도시가 명품도시 같지는 않은데 대체 웬 명품 도시?’ 라고 근거를 물어보는 건 멍청한 짓이다. 왜? 아무도 모르니까, 근거 따위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으니까. 명품이 좋대, 그러니까 우리 시는 명품 도시, 그거면 됐지 뭘 또 물어보고 그래?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사철탕? 막걸리는 딱 한 잔만 할께. 그러고 보니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웰빙 도시 서초’ 라고 쓰여 있는 걸 본 것 같다. 거봐, 웰빙이랑 명품이랑 좋은 짝이라니까. 하긴 서초구는 부자 동네라 공원도 많으니까 숲에서 나오는 맑은 공기가 신분당선 공사장에서 뿜어 나오는 먼지 사이사이로 흘러 폐로 들어가 사람들의 웰빙에 한 몫 단단히 하겠지?
사실 웰빙이고 명품이고, 다 그런 말이 광고하는 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걸 이젠 누구나 알고 있으므로 남발과 남용이 무의미한데도 사람들은 왜 생각없이 계속 남용 및 남발 하는지, 나야 그 얕은 한 길 사람 속을 헤아릴 수가 없으니 답은 구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그렇게 남발과 남용의 결과로 웰빙이나 명품 따위가 시각 및 정신적 공해로 자리 잡아 그야말로 웰빙을 해칠 수도 있는 모순스러운 이 상황에 대해서는 과연 누가 속 시원하게 설명을 해 줄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사진을 보라, 이젠 틀린 철자 따위로도 웰빙을 좇는다고 난리 법석을 떨고 있잖아. 이젠 남들이 다 Well-Being으로 웰빙하니까 차별화 하려고 Well-bing하는거냐? 다들 바람풍 할 때 따라가서 바람풍 하면 중간이나 갈 텐데, 좀 달라 보이겠다고 바담풍하면 그저 더 웃길 뿐이잖아. 바람풍만 해도 웃겨 죽겠는데.
# by bluexmas | 2009/05/12 10:59 | Lif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