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삶을 때 기름 넣기? 습관일 뿐
파스타를 삶을 때 기름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누군가는 파스타를 삶을 때 기름을 넣으면 물이 끓어 넘치거나, 파스타가 뭉치는 걸 막아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 어쨌거나 인터넷을 뒤져보면 사람들은 이 주제로 논쟁을 멈추지 않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요리 프로그램을 틀어 놓고 있으면 각기 다른 프로그램에서 서로 다른 진행자가 파스타를 삶는데, 누군가는 끓는 물에 기름을 넣고, 또 누군가는 기름을 넣지 않는다. 미국의 푸드 네트워크에서 가장 과학에 기반을 둔 요리 프로그램 ‘Good Eats’를 진행하는 알톤 브라운 Alton Brown은 기름을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면서 뭔가 설명을 덧붙였는데 그게 기억이 잘 안 나서, 가지고 있는 책들을 일단 뒤져 보았으나 왜 끓는 물에 소금을 넣는지에 대한 얘기는 나와 있으나 기름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인터넷을 뒤져보니 미국의 식도락/요리 관련 사이트 chow.com의 짜증나는 질문 Nagging Questions라는 칼럼에 이런 얘기가 소개되어 있다.
“파스타를 삶을 때 넣은 기름은 물 위에 떠 있다가, 물을 따라낼 때 버려진다. 그러나 그 가운데 일부는 파스타에 남아서 소스가 붙는 것을 방해한다. 파스타 삶는 물에 기름을 넣는게 유용할지도 모르는 경우는 라비올리 같이 속이 채워진 파스타를 삶을 때인데, 끓는 물에서 파스타가 서로 부딫혔을 때 터질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기름을 낭비하는 셈(링크는 여기).”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잘 나가는 주방장 마리오 바탈리 Mario Batali 가 자신의 프로그램 Molto Mario에서 손으로 파스타를 만들 때면 강조했던 건, 파스타는 파스타 자체를 즐기기 위해 먹는 것이지 소스를 먹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많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그래도 소스맛으로 드시겠다면야 누가 말리겠냐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파스타 삶은 물에 기름을 넣는다면 그 일부가 파스타의 면을 둘러싸고, 그렇게 해서 미끈미끈해진 파스타에는 소스가 달라붙지 않게 된다. 같은 이유로 파스타를 삶고 나서 물에 헹구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파스타의 전분이 물에 씻겨져 버리고, 역시 소스가 달라붙지 않으니까. 맛있게 먹기 위해서 삶고 나서 꼭 찬물로 잘 헹궈줘야 하는 소면과는 다른 것이다. 속이 찬 스파게티나 링귀니와 같은 면이 아닌 속이 빈 종류, 펜네나 마카로니 등등이 표면에 골을 가지고 있는 이유 역시 소스가 잘 달라붙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넣으면 파스타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생각해 보면, 파스타를 삶을 때 기름을 넣는 건 하나의 습관에서 나온 관습이 아닐까 싶다. 물이 넘치는 걸 막으려면 애초에 큰 남비에 삶으면 되고, 10분 정도 파스타를 삶는 동안 두어번 정도 저어준다면 달라붙지도 않는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그래도 넣는 사람은 넣고, 안 넣는 사람은 안 넣을 것이다. 그건 내가 알바 아니고, 나는 그저 그게 습관일 뿐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 by bluexmas | 2009/05/20 10:09 | Taste | 트랙백 | 덧글(8)
야채데치던 버릇때문인지 소금은 안잊고 넣는데 올리브유를 조금 넣으면 좋다는 말은 항상 까먹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