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가루와 흰자 옷으로 만든 오징어 튀김

얼마 전에 깐풍기를 만드느라 닭을 튀기고 남은 기름과 남아 도는 오징어가 있어서 튀김을 해 먹었다. 기름이 많이 들고 또 나름 위험거나 귀찮은 구석이 있기 때문에 튀김을 잘 안 해먹지만, 사실 잘 튀길 수 있다면 더 자주 못 해먹을 이유가 없다. 바꿔 말하자면, 튀김을 잘 못 해먹는 이유는 사실 튀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튀김의 모든 과정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온도계가 있으면 튀김 기름의 온도를 맞추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소금 넣어서 떠오르는 정도로 확인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튀김 옷이며 튀기는 시간 등등 모두 제대로 조건을 갖추기가 힘들다.

어쨌든, 그렇게 가끔 튀김을 할 때 찹쌀가루와 물, 그리고 계란으로 만든 옷을 입혀서 튀겼었는데, 이번엔 좀 단순하게 만들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어서 계란 흰자와 찹쌀가루만 써 보았다. 정확하게 근거가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 생선을 튀겨도 살에 기름기 없는 생선이 더 튀기기에 좋듯, 지방을 지니고 있는 계란 노른자는 안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을 늘 해서 계란을 갈라 흰자를 조금 가벼워질 정도로 거품기로 친 뒤, 찹쌀가루로 버무린 오징어를 담궜다가 뺀 뒤 다시 찹쌀가루에 버무려 튀겼다. 오징어를 내가 직접 손질했다면 뽀대 좋게 원통형 그래도 잘라 튀겼을 텐데, 귀찮아서 손질된 녀석들을 샀더니 이렇게 볼품이 없다.

맛은… 뭐 집에서 상태 괜찮은 재료 사다가 튀기면 다 먹을만 할테고, 과연 노른자를 빼고 최소한으로 옷을 입혔을 때 어떤 식감의 차이가 있나 신경 쓰면서 먹어봤는데, 조금은 더 가볍고 바삭거리는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면 흰자의 사이에 쓰는 찹쌀가구를 서로 다른 그릇에 담아서 써야 오징어와 흰자의 물기 때문에 뭉쳐진 찹쌀가루의 영향을 덜 받는데, 귀찮아서 처음 오징어를 버무리고 남은 찹쌀가루를 흰자를 묻히고 난 뒤에서 썼더니 뭉쳐진 찹쌀가루가 그대로 튀겨진 것도 조금 더 얇은 튀김옷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된 듯 싶다. 게다가 원칙대로라면 오징어를 한 조각씩 옷 입혀 튀겨야 되는데, 귀찮아서 한 움큼씩 넣은 것 역시 정확한 결과를 얻어내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뭐 갓 튀긴 튀김이 그렇듯 따뜻하고 바삭거리는 데다가 오징어 역시 질기지 않을 만큼만 익어서 먹기에는 즐거웠다. 금주 중이라 맥주를 못 마셨던 것이 천추의 한 T_T

두 번이나 썼으니 쓸만큼 쓴 튀김 기름은 어떻게 처리하나? 책을 좀 찾아 봤더니, 우리나라 얘기는 아니지만, 버리는 깡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굳으면 쓰레기에 섞어서 버린다는 경우도 있었고, 적당량의 설겆이용 세제를 섞어서 녹여 흘려 버린다는 경우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튀김 기름 처리는 귀찮다,

 by bluexmas | 2009/05/30 11:44 | Tast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veryStevie at 2009/05/30 12:56 

안녕하세요! 간만이에요 ㅋ 술안주로 이녀석이 딱인데 흐흐흐 잘지내시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5/30 15:48

우와 오랫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예전에 다니던 모 회사 인턴은 요즘 어떤지…

정말, 술을 못 마셔서 눈물이 다 났다니까요 T_T

 Commented by YaHo at 2009/05/30 15:42 

기름처리하니까 초딩때 방학숙제로한 빨래비누만들기가 생각나네요.

정말 처리하기 귀찮겠네요 쩝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5/30 15:49

네, 전 기름 비누 하면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기름 비누가…-_-;;;

저는 어쩔까 하다가 귀찮아서 다 마셔버렸답니다. 꿀꺽꿀꺽 -_-;;;;;;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5/30 20:21 

튀김까지 하시니 일정 수준을 넘어서신게 분명하군요. 여기 가끔 레시페들은 쌓아두시면 저같은 후생이 긴히 얻어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5/30 20:30

앗, 튀김은 일년에 한 두 번 밖에 하지 않는답니다^^;;;; 잘 하는 것도 아니구요. 지금 짐도 안 오고 쓰던 컴퓨터도 도구도 없어서 음식도 못하고 예전에 했던 음식들 사진도 못 올리는데, 다 손에 들어오면 열심히 올려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