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골목의 빵집-압구정동 Le Alaska
이 빵집을 발견한 건, 100% 우연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압구정동을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시네시티가 있는 길 크라제버거와 미니스탑편의점이 근처 골목을 들어갔다가 발견했다. 들어가면 왼쪽으로 빵들이 진열되어 있고, 오른쪽이 주문을 받고 빵을 만드는 주방 공간, 그리고 그 안쪽으로 탁자들이 있었다. 빵의 종류가 아주 많지는 않아보였는데 그나마도 저녁이라 거의 다 팔려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 잡곡이 든 치아바타(2,300)가 있어서, 그걸 하나 집어 들었다. 이 글에서도 밝혔듯, 치아바타 같지 않은 치아바타를 사고는 충격을 받아서 좀 제대로 된 치아바타를 먹어보고 싶었다. 계산을 하며 물어보니 문을 연지는 4개월 정도 되었다고. 명함을 달라고 물어보니 없단다. 4개월이나 되었는데 명함이 없다면 앞으로도 만들 계획이 없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명함과는 상관없지만 종이봉투에 도장 분위기로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꾹 찍은 포장은 가게 분위기와도 어울려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사온 치아바타는, 눈으로 고를 때 가졌던 기대에는 살짝 못미쳤다. 쿄 베이커리의 그것보다는 더 치아바타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씹는 맛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조금 쭈글쭈글한 겉껍데기만 놓고 보아도 그렇게 씹는 맛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치아바타의 겉껍데기는 매끈하고 단단한 느낌이어야 한다). 빵맛 자체는 좋았다.
그리고 며칠 뒤 한 번 더 근처를 들를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잡곡식빵(3,500)을 샀다. 이 집 역시 통밀빵은 안 하는데, 물어보니 문을 처음 열었을 당시에는 했으나 사람들이 찾지 않아서 곧 안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도 당연한 것이 크기가 굉장히 작다. 사람들이 식빵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2/3가 채 안 되는 크기 정도? 너무 작아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가 조금 불편했다. 그리고 속은 부드러웠으나 껍데기는 늘 먹던 식빵들보다 조금 더 질겨서 의외였다. 이렇게 껍데기가 질기면 구워 먹는게 낫던데 너무 작기도 하고, 귀찮아서 그대로 다 먹었다. 전체적으로는 깨끗한 맛이었다.
처음에는 이름이 알라스카라고 해서, 미국풍으로 인테리어를 꾸며놓았나 싶었더니 ‘Le Alaska’, 그렇다면 프랑스풍? 문 앞에 빵을 굽는 분의 수료증 같은 것이 놓여 있었는데 프랑스에서 받은 것이었고, 빵을 쌓아놓은 분위기여 전면 유리창의 분위기 역시 프랑스의 동네 빵집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동네 빵집에서 단팥빵도 팔던가? 정확하게 잘 만든 빵집을 표방하는 것인지, 아니면 빵도 구워서 커피와 함께 파는 카페를 표방하는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전자를 표방한다면 파는 다른 빵들을 볼 때 단팥빵은 구색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두 종류의 빵 밖에 먹어보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식빵은 좀 컸으면 좋겠다. 작은 식빵은 어째 매력이 없다.
# by bluexmas | 2009/09/15 10:48 | Taste | 트랙백 | 덧글(10)
폴 앤 폴리나에서도 치아바타가 있는 것 같은데 거긴 어떤가요? 포카치노의 치아바타는 가격은 싸지만 바게트와 식빵의 중간 어드메…; 겉부분이 그리 바삭하진 않더군요.
그리고 혹시 이태원(정확히는 한강진역)의 패션파이브에 가실거라면 한남동 악소도 함께 가보세요. 직선 거리는 가깝지만 길이 돌아가는 길이라..; 걷거나 택시를 타야겠지만 걷는다 해도 그리 멀진 않더군요. 패션파이브의 독일빵도 괜찮다 생각했지만 독일빵은 악소쪽이 더 유명하고, 먼저 생기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