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솔직히 말하자면 초등학교 졸업, 잘해야 중학교 2학년 정도 이후로 법정스님의 책을 읽은 기억이 없어서 그 분이 얼마나 나이가 드셨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입적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라기는 했다.

정확하게 어떤 책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고(물론 <무소유>일 확률이 높기는 하다), 세로쓰기였을 가능성조차 있는데, 누군가와 편지로 주고 받는 상황에서 법정스님이 야채국수를 만들어 먹는 이야기를 한다. 그게 볶음국수였는지 아니면 비빔국수였는지, 우동처럼 굵은 면발이었는지(아마도 그랬던 듯?) 소면처럼 가는 면발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야채국수를 먹는 이야기에 대한 기억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아마도 그 이야기를 하는 계절이 겨울이어서(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더 잘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죽음에 너무 많이 신경쓰다 보면 나의 죽음까지 주어진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신경을 쓸까봐 가급적이면 무관심하려고 발악하는데,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에 그 야채국수의 기억과 더불어 작은 동요가 있었다. 고인이 너무나도 당연히 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는다. 삼가 명복을 빈다.

 by bluexmas | 2010/03/11 18:36 | Lif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레일린 at 2010/03/11 22:50 

아침에 일어나서 좋은 소식을 듣는 일이 거의 없네요.

당신께서는 지옥가셔서 구원하시겠다고 하셨지만, 좋은 곳에 가셨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2 01:30

그러게요. 좋은 곳에 가시겠지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3/12 13:28 

무소유…맞습니다.ㅋ

야채국수는 야채로 국물을 낸 국수겠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3 00:49

그렇군요. 읽은지 너무 오래 되어서 야채와 국수 말고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네요.

 Commented by 아리난 at 2010/03/13 05:43 

세로쓰기ㅎㅎㅎ

저는 이 포스팅 보고 겨우 알았어요;; 너무 속세에 관심을 안두고 사나봐요;;;;; 좋은곳 가셨겠지요. 왠지 좀 가라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