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솔직히 말하자면 초등학교 졸업, 잘해야 중학교 2학년 정도 이후로 법정스님의 책을 읽은 기억이 없어서 그 분이 얼마나 나이가 드셨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입적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라기는 했다.
정확하게 어떤 책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고(물론 <무소유>일 확률이 높기는 하다), 세로쓰기였을 가능성조차 있는데, 누군가와 편지로 주고 받는 상황에서 법정스님이 야채국수를 만들어 먹는 이야기를 한다. 그게 볶음국수였는지 아니면 비빔국수였는지, 우동처럼 굵은 면발이었는지(아마도 그랬던 듯?) 소면처럼 가는 면발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야채국수를 먹는 이야기에 대한 기억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아마도 그 이야기를 하는 계절이 겨울이어서(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더 잘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죽음에 너무 많이 신경쓰다 보면 나의 죽음까지 주어진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신경을 쓸까봐 가급적이면 무관심하려고 발악하는데,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에 그 야채국수의 기억과 더불어 작은 동요가 있었다. 고인이 너무나도 당연히 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는다. 삼가 명복을 빈다.
# by bluexmas | 2010/03/11 18:36 | Life | 트랙백 | 덧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