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계에 관한 생애 최악의 꿈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눈을 떠보니 대대본부 직속상관이었던 정중사였다. 전쟁이 났고 부대 복귀 명령이 떨어졌다고 했다. 창밖을 보니 보병들이 무릎쏴 자세로 총을 겨눈 채 사람의 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사람의 벽이 둘러싸고 있는 건 도시의 관문인 철벽이었다. 매트릭스 따위에서 보았던 것처럼, 벽이 조금씩 금가기 시작했다. 곧 구멍이 뚫렸고, 그와 동시에 사람의 벽은 사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벽을 뚫고 나온 것은, 사람이 아니고 기계였다. 사람이 타고 조종하지도 않는, 순수한 의미의 기계. 기계들은 사람이 쏘는 총알 따위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바로 대응 사격을 개시하며 전진했다. 사람의 벽이 곧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정중사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때보다 20kg이상 덜나가는데, 꼭 예전의 부대로 복귀해야만 합니까? 오랫동안 쓰지 않아 이제는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군인의 말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중사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꿈에서 깨었다. 새벽 두 시 반이었다. 다섯 시가 될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잠들어 깨어났을 때에는 열 한 시였다. 2월부터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는, 왼쪽 윗입술의 세로로 길게 갈라진 틈에서 피가 나왔는지, 입술이 온통 말라붙은 피딱지 투성이었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입술을 씼었다. 수돗물이 차가왔다. 그리고 기분은 더러웠다.

 by bluexmas | 2010/04/15 15:03 |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mako at 2010/04/15 15:34 

최악이군요. (게다가 남자들에게 최악이라는 군대 다시가는 꿈.) 왜 그런 꿈을 꾼건지 곰곰히 따져보는 융의 집단 무의식 놀이가 이후의 리플에 펼쳐질 것 같지만 일단 비타민 섭취좀 하시면서 입술보습을 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3:37

네 최악이에요. 그때보다 살도 많이 빠진 채로 살고 있으니 다른 부대로 배속받았으면 하네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4/15 15:45 

음… 아파라투스… 이제 더욱 현실일 수도 있겠네요. 아직 통영에 계신가요. 오늘밤은 방을 조금 더 덥히고 주무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3:37

침대에 전기장판이 깔려 있던데, 틀어보니 그건 또 너무 덥더라구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4/15 18:55 

그거슨 리얼…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3:37

그저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악몽인 것입니다ㅠㅠㅠ

 Commented by 파고듦 at 2010/04/16 08:29 

입술에 꿀을 바르세요 그리고 랩으로 덥어두고 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3:37

꿀은 좋은데 랩으로 덮어두면 숨을 못 쉬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4/16 11:57 

꿈이 참..;; 자는게 자는 게 아닐 때도 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3:38

네, 전 가위를 좀 많이 눌리는 편이라서요. 잠을 편하게 못 자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