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의 연골
가로수길에 도착해서 야구 스코어를 확인하고는 9:3이라는 큰 점수로 역전승했다는 것도 몰랐더라면 기분 나쁜 하루가 될 뻔했다.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 꼭 나가야만 했던 것부터 심기가 불편했다. 일 때문에 나가고 싶지 않았으나 또 나가서 해야만 하는 것도 일이었다. 밥을 먹으러 가야되는 자리에 반바지는 좀 아닌 것 같아서 청바지를 입었으나 날씨는 여름의 그것답게 더웠고, 나는 터미널까지 걸어갔는데 가는 내내 어째 주차하기 힘들더라도 차를 가지고 나왔어야 하는 건 아닌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30분에 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시외버스는 웬일인지 40분에 출발했고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 택시를 탄 것만으로도 서울까지 오는 기름값은 충분히 쓴데다가 버스비는 톨비와 같았는데 3분차로 버스를 놓쳐 30분을 서서 기다리고 나니 오늘은 완전히 바보짓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멍청한 짓 하는 걸 보는 것보다 역시 내가 멍청한 짓을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기분이 더 나쁘다. 일요일이라 드문드문 다니던 마을버스도 끊겨버린 시내를 터덜터덜 25분이나 걸어 돌아오면서 이런 멍청한 짓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집에 돌아왔는데 일은 잔뜩 쌓여있고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잠을 잠깐 잘까 생각은 하지만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이면 다 끝나는데 그 일주일동안 맨 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아, 진짜 싫다. 삶의 원동력이라는 뼈 두 개 사이에 있던 인내심의 연골이 다 닳아버린지도 오래다, 정말 오래다. 그래도 한 번 열심히 살아봐야 하나… 아아 뼈끼리 닿아서 긁는 소리 정말 신경 거슬린다.
# by bluexmas | 2010/06/07 01:03 | Life | 트랙백 | 덧글(10)
전 주말엔 www.gbis.go.kr 같은 데서 버스위치,시각도 확인하고 나가곤합니다. 돌부리에 걸릴까봐요^^; 그래도 가끔 넘어지는 게 우리 일상같습니다. 다음 주엔 계속 운이 따를 수도 있겠구요~
언젠가는 뭔가 잘되는 일이 한묶음씩 통째로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