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하이패스 무단 통과와 런던 프라이드

소파에 누워 자다가 영양가라고는 없지만 칼로리는 충만한 것들을 그렇게 누운채로 집어 먹고 또 누워 있다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어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으면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팬 돌아가는 소리에 진저리를 치며 일을 하다가 또 좀 가라앉으면 소파로 돌아가 누워 자고 먹기를 오늘 새벽까지 되풀이했다. 그리고 아침에 드디어 모든 일이 다 끝났다. 적어도 이번 달 말까지는 좀 쉬고 싶다.

그냥 자기는 아까워서 죽전으로 술사냥 갔다가 오는 길에 수타짜장이나 먹어야 되겠다고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아무 생각없이 운전하다가 하이패스 출구로 나와버렸다-_-;;;; 오산에서 나왔다고 해도 안 믿어줄까봐 걱정했는데 돈 받는 아주머니가 오산으로 무슨 핫라인 같은 걸 땡겨보고는 내 차가 하이패스 출구로 빠져나온 걸 확인해주었다. 그런 시스템도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네-_-;;; 난 또 ‘그런 거 몰라 부산부터 올라온 걸로 계산해서 OO,OOO원!’ 이럴 줄 알았더니. 정작 그렇게 해서 간 죽전에는 포도주는 별 볼일 없었고 대신 런던프라이드가 아름다운 자태로 냉장되어 모셔져 있길래 눈물을 흘리며 여섯 병을 모셔왔다. 온갖 맛없는 맥주들은 월드컵 기념으로 축구공까지 붙여서 팔던데 우리의 런던 프라이드님께서는 끼워 팔기 따위에 런던의 자존심을 팔아먹을 수는 없다며 개당 3,750원이라는 높은 단가에 낱병으로만 팔리고 계셨다. 국산 맥주보다 더 맛없는 버드와이저보다 더 맛없는 국산 버드와이저는 끼워파는 축구공과 함께 죽을 때까지 축구하는 지옥에나 가라고 권해주고 싶다. 그런 맥주를 대물려 생산해서 거부가 된다는 건 참…-_-;;;

죽전의 경우 포도주는 차라리 이마트 매장이 훨씬 나은데, 30분인가 두리번거리는 동안 반말진상 50대 아저씨들이 개인 및 떼로 몰려들어 여자 점원에게 반말지거리를 해가며 술을 사가지고 갔다(“어 그래! 그거, 그거 맛있어! 그거 맛있다! 뭐 이런 식… 반말에 무슨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감탄사 일색-_-;;; 그럴 때 보면 남자들은 나이 먹어도 철 안든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기본적으로 다섯 살때 엄마한테 “소세지, 엄마 소세지! 소세지 맛있다! 하는 거랑 별로 다른 느낌이 아니었거든-_-;;;). 어쨌든 점심에는 수타짜장, 저녁에는 고기와 맥주를 골고루 섭취해주었으나 맛은 하나도 없었다. 먹다가 말고 지금 뭘 먹는거지? 라는 생각만 들었다.

 by bluexmas | 2010/06/11 23:48 | Life | 트랙백 | 덧글(7)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6/12 00:16 

일 마무리는 좋은 거죠^^; 우리나라 기업 사장/고위간부가 가장 어려워하는게 모임의 와인품평만찬이라 하니, 어지간한 아저씨들은 뭐…

역삼동 우성4거리[크롬바커 하우스]의 독일생맥주들 맛이 괜찮으니, 시간나면 들러보세요. 최근 새로 들여온 카이저돔 생맥주들은 꽤 놀랄만한 맛이더군요. 맛에 비해 손님이 드물지만요;;

 Commented by Raye at 2010/06/12 01:05 

지옥종류가 참 다양하십니다;; ㅋㅋㅋ 그런 맥주는 첨들어봅니다만, TV에서 하도 스텔라아르뚜아 광고가 재밋게 나와서, 스텔라아르뚜아 먹어본 기억만 기억나네요; 애쉬 공연봤을땐 칼링이 후원사였는데, 바닥에 찌그러진 플라스틱맥주컵이 쫙 깔려있었더랬죠. 칼링맥주는.. 어떨지 참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JuNeAxe at 2010/06/12 01:09 

소년과 아저씨의 차이는 단 하나 장난감의 가격이라고 하더라고요.

장난감 자동차에서 진짜 자동차로 뭐 그렇게;;;

그렇게 보자면 소녀와 아줌마의 차이도 별로 크지 않지만요.

인형옷에서 내옷으로랄까요( ..)

 Commented at 2010/06/12 02: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6/12 11:21 

생활의 처절함이 바닥에 다 보이는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6/12 11:47 

지금 우리 집에 비해선 어질러진 게 아닌걸요.ㅋㅋ

그래도 고뇌의 흔적이 처절하게 보입니다.

전 왜 저 마루빛이 부러울까요.

저거 너무 깔고 싶던데 나만 그렇더라구요.

 Commented by cleo at 2010/06/12 13:54 

전, 저렇게 바닥에 어질러놓구는 못살아요-.-

거실에 뭐 치울거 있으면 자다가도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서 치우고 자요.

엄마는 청소하는 것보다 ‘먹는 것’에 주력하라고 뭐라시지만…;;;

아참…오늘 오전에 미장원에 머리 자르러갔다가 ‘에스콰이어 5월호’ 발견@.@

블마스님 글 쓰신거 잽싸게 찾아서 읽었어요.

남자잡지라고 바꿔준다는걸 ‘절대로’ 괜찮다며 혼자서 히죽히죽 웃고 있으니까,

뭐가 그리 재밌냐고 디자이너언니 넌저시 쳐다보길래…내가 잘 아는(?) 분이 쓰신 글이라고.

마구 자랑했더니 날 존경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더군요! ㅋㅋ

특히…풍천장어 에피소드가 재밌었어요^^

얼마전 선운사에 여행갔다가 장어 드셨다는 서생님 생각도 나고 해서요.

제가 남자잡지인 에스콰이어를 꼭 살 필요는 없겠죠?!

(블마스님 생계에 도움이 된다면 사서 사무실에 비치할 수도 있음!)

그나저나.

6월말에 책 나오나요? (기대만땅^^ 책도 책이지만 팬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