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llpen Gospel-실패에 관한, 기대보다 평범한 이야기

온 국민이 축구에 흠뻑 젖어 있는 요즘, 나는 야구에 관한 책을 한 권 다 읽었다. 나는 일편단심 야구팬이니까.

필자인 더크 헤이허스트(Dirk Hayhurst)는 마이너에서 오랫동안 굴러먹은 구원투수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귀찮아서 그냥 기억하는대로 쓰자면 7년쯤? 웬만해서는 거의 모든 팀의 메이저리그 로스터나 좋아하는 팀의 유망주들 정도는 항상 기억하고 있는 내가, 책 때문에 알려지고 나서도 그의 이름을 낯설게 느낀 것을 보면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한 야구 선수는 아니다(그렇게 오랫동안 굴러먹었던 샌디에고에서 재작년 막판 괜찮은 활약을 보였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옮겨서도 활약이 기대되었지만 어깨 회전근 부상으로 올해는 아마 다시 마운드에 오를 것 같지 않다). 그러므로 이 책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성공보다는 실패에 얽힌 이야기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골라 읽게 되었다. 성공한 이야기는 어째 내 체질에 맞지 않으니까(그러나 결말은 어쨌든 해피엔딩이다).

현역 야구선수가 쓴 야구 언저리의 이야기라고 해서 좋은 평을 많이 그러모은 책이라 나도 기대를 좀 했는데, 그런 기대를 끝까지 채워주기에 책의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사실 흔하다. 그다지 크게 피어날 가능성은 없지만 계속 포기는 하지 않는 운동선수와 다쳐서 밥벌이를 못하게 된 아버지, 알콜 중독자로 가족들을 괴롭히는 형제 등, 이 모든 설정은 물론 사실이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포기하지 않았어요’와 같은 메시지까지 포함하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너무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라 딱히 신선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게다가 불펜이나 클럽하우스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거나 또는 다른 영화나 이야기에서 미화되어 알려졌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담았기 때문에 좋은 평을 받은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딱히 야구와 관련이 없는 영화나 소설 등등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결국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일테니까.

그렇게 기대보다 조금 못하기는 했지만 이 책이 한 권의 즐거운 읽을 거리라는 사실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거칠고 세련된 맛은 없지만 절반쯤은 문어체의 느낌이 나는 문장은 쉽게 잘 읽히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선한 맛은 없어도 섬세함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 확률이 높은 남자 운동선수들 수십 명이 모여 있는 환경의 이야기는 딱 내 체질은 아니어도 우스꽝스럽다. 먹고 사는 것이랑 관련되어 있다보니 자꾸 그런 쪽으로도 생각하게 되는데 잘 팔릴 것 같지는 않아도 의역을 적당히 섞어서 번역하고 우리나라 특유의 그 만화풍 책디자인을 섞어서 마케팅도 좀 과장해서 하면 적당히 팔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놓고 3년만인가 겨우 다 읽게 된, 최근 영화화된 <The Blind Side>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었다.

 by bluexmas | 2010/06/12 23:52 | Sports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당고 at 2010/06/13 09:52 

저도 일편단심 야구팬!

월드컵 시즌을 맞아 야구만화의 고전 <H2>를 다시 탐독하고 있다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6/13 15:31 

요즘 축구 때문에 야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려나…생각했지만 야구는 워낙에 충성도 높은 팬이 많아서 그리 영향받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아무래도 언론은 축구에 쏠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