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을 닮은 구름
부모님이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고기라면 언제나 좋지만, 작년 가을 이후 처음 간 안성의 식당은 바꾼 공간이 벌써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예전과는 다른 느낌의 손님들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금연 딱지가 붙어 있는데도 열심히 담배를 피우는 무리 등이었다. 갑자기 육회가 먹고 싶어졌는데 ‘주방에 물어봐야 돼요’라는 말이 왠지 불길하게 들렸다. 그런 느낌을 안고도 시켜 먹은 건 사실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 몸은 무엇인가 열심히 비우려하고 있다. 그 둘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으나 식당은 왠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숯불에 구워먹는 고기는 정확하게 대화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먹다 보면 그냥 구워 먹기 바쁘게 되니까. 반찬들이 특별히 예전에 비해 나빠진 것 같지는 않은데, 김치라고 가져온 건 눈으로 딱 보기에도 전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는 다른 김치를 가져다 달라고 말했으나 주인은 가게에서 직접 담근 김치라고만 말했다. 나중에 가져온 김치도 때깔은 비슷했지만 맛은 그 전에 나온 걸 먹지 않았음에도 보기에도 나아 보였다(맛을 보니 그럭저럭). 아버지는 분명히 ‘이만저만(뜬금없이 ‘이러저러’ 대신 ‘이만저만’을 써서 기억에 남던 사람 생각이…)’한 이유로 그 김치는 중국산일거라고 말씀하셨다. 지방도로를 달려 집으로 오는데 구름이 정말 너무 곰처럼 생겼다는 생각을 하고 카메라를 꺼내 드는데, 어머니도 ‘구름이 곰을 닮았네’라고 한마디 던지셨다. 단렌즈에 좋은 각도를 놓쳐 너무 많은 부분이 드러나 곰같은 느낌이 사진에서는 덜하지만, 정말 그렇게 곰을 닮은 구름은 처음 보았다. 어째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만 같은 착각에 시달려 집에 돌아와서 모든 문을 열어 젖혔지만 10분만에 땀을 흘리고는 다시 문을 닫았다. 아직 격리가 필요하다. 나를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 그렇게 곰을 닮은 구름을 본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의미가 있었는지도?
# by bluexmas | 2010/08/09 03:08 | Life | 트랙백 | 덧글(10)
뭔가 토토로 비슷한 게 보이긴 하는데……(퍽!)
아, 저 풍경은 제가 어제 본 풍경과는 달리 엄청나게 평화로워 보이는군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