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 하루
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홉 시에 집을 나서 한 시간 반 거리의 충청남도 모처를 찍고, 바로 두 시간 거리의 전주로 달렸다. 도착할 때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려서 모 식당을 어렵사리 찾아갔지만, 비빔밥은 기대한 만큼 성의 없게 만들어 맛이 없었다. 찍는다는 기분으로 갔으므로 별 느낌은 없었다.
나중에 따로 글을 쓰겠지만, 맥주 공장 견학은 진짜 그냥 공장을 본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모 대학의 딱지가 붙은 관광버스가 절대 학생처럼 보이지 않는 남녀를 싣고 왔는데, 만약 학생이라고 해도 여기 이렇게 먼 데서 오는 건 참 시간 아깝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돈 벌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오죽할까 생각했다. 안내를 맡은 여직원은 ‘여기서 나오는 맥주는 라거죠?’라는 질문에 그게 뭔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실망했다. 오늘 만든 생맥주는 학생들이 많이 마시고 난동을 부릴까봐 걱정해서 그런지 물을 탄 것 같이 묽은 느낌이었다.
원래 계획은 전주 시내로 다시 들어가 메밀치킨을 찾는 것이었으나 비에 일도 걸려 다시 집으로 달렸다. 논산천안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나설 때부터 징하게 막혀 한 시간 정도 더 걸렸다. 집에 와서는 저녁을 먹고 잠깐 널부러져 있다가 일을 마저 끝냈다. 바로, 지금. 그리고 끝낸 기념으로 풀무원에서 최근에 내놓은, 밀가루를 넣지 않고 만들었다는 어묵(오뎅이 맞나요?)을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고 있다. 어묵이라고 무시할 사람이 있을까봐 밝히자면, 뭐 일본에서 만든 그런 것들까지는 아니어도 이 어묵은 꽤 맛있다. 200그램 정도에 230칼로리 정도로 야식으로 먹었다고 자괴감에 죽고 싶지 않을 정도로는 낮다.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어째 술안주 같지만 어제 오늘 어쩔 수 없이 맥주를 마셨더니 술은 냄새도 맡기 싫다. 맛 없는 맥주는 원죄다. 새벽 네 시에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어묵을 먹는 기분은 어째 자포자기 같은데, 정확하게 뭘 자포자기하는 건지는 나도 잘 감이 안 잡힌다.
저 분 어째 낯익은 분인데… 공장 견학은 딱 저 느낌이었다.
# by bluexmas | 2010/08/11 04:06 | Life | 트랙백 | 덧글(12)
국제시장 골목 리어카에서 파는 그 어묵! (근데, 여름에는 ‘팥빙수’를 하는 듯-.-)
자포자기 하는게 뭔지, 난 알아요. ㅋㅋ
근데 새벽까지 깨어있으면 늘 배고픈 거 같더라구요-.-
그 시점에서 그대로 잠들어버려야 하는데…어묵씩이나, 드시면 안되죠.
그 악순환에서 빨리 빠져나와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