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의 아침
일어나자마자 책 약간과 상자 몇 개를 옮긴 다음(아직도 집을 정리한다는 이야기; 이사온지가 한 달 반인데 ㅠ), 바로 나가 달리기를 했다. 솔직히 운동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어차피 머리를 감아야 되는데 그럴 바에는 땀이라도 좀 더 흘리는 편이 보람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 이것도 거의 궤변에 가까운 궁색한 변명인 것 같지만 어쨌든.
아침이니까 가볍게 5km만 달려보자고 양화공원을 찍고 돌아왔는데, 한 700미터쯤 남겨두고 뛰기 싫어졌다. 그래서 걸어 들어왔다. 그대로 아침을 먹고 예정대로 머리를 감고 출근, 바람도 좀 불고 어쨌든 운동도 좀 하고 금요일이고 내일도 일은 하지만 오후에 나가니까 늦잠은 좀 잘 수 있겠고! 등등, 염세적이라는 말까지 듣는 것과 달리 희망차고 바른 사회인과 같은 생각으로 지하철역까지 적당한 시간의 여유를 두고 도착했다. 곧 지하철이 왔는데 어라?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다. 듬성듬성 차 있는 정도. 아아 다들 월요일까지 연휴니까 휴가 내서 놀러갔나보네… 라는 생각으로 몸을 실었다. 킨들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는데 곧,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째 좀 느리게 가는데, 선유도에 떡허니 서서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으음? 창밖으로 뭔가 시커먼게 재빠르게 지나간다. 그건 바로 내가 원래 탔어야 할 급행. 그 시간대에 2분 간격으로 일반과 급행이 연달아 오는데 그냥 희망차게 정신줄 놓고 있다가 아무 생각 없이 일반을 타버린 것. 가기야 가겠지만, 늦을 확률이 높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급행이 10분 내로 온다. 당산역에서 내려 다시 갈아탔다. 강남역에 도착하니 10분 전. 걷는 걸로 성에 안 차 그냥 뛰었다. 결국 5분 전에 도착했는데, 온 거리를 짚어보니 모자랐던 700m를 마저 채운 느낌. 그대로 일을 간단히 해서 마무리 짓고 바로 나와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원래 그렇게 날로 놀면 안되지만 그저 내일이 토요일이기 때문에 억지로 생기는 마음의 여유를 등에 업고 이리저리 다녔다. 시간은 언제나, 일하면 길고 놀면 짧더라. 방산에 들러서 버터를 한 덩어리 샀는데, 아저씨가 유통기한이 내일까지라 버리게 되었다는 생이스트 500그램 한 덩어리(시가 무려 1,800원 상당)을 떠맡겨서 그것까지 들고 다니느라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생이스트 좋지도 않고 게다가 중국산이라 필요도 없는데.
# by bluexmas | 2011/06/04 00:27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