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0 우승자, 한국 입양아 출신 크리스틴 키시

지난 주였나 막을 내린 <탑 셰프> 열번째 시즌의 우승자는 한국 입양아 출신 크리스틴 키시다. 생후 몇 개월 만인가 버려져 미시건주로 입양되어 와서는 모델을 하다가 요리를 하게 되었다고. 시즌 시작하고 한 두세 회 정도를 보니 우승후보라는 느낌을 주었는데 중반에 어이없는 사고(?)로 탈락, 하지만 패자부활전이라고 할 수 있는 <Last Chance Kitchen>에서 승승장구, 다시 경쟁에 합류했다. 프렌치테크닉을 바탕으로 굉장히 섬세하게 재료의 맛을 조합하는 능력이 인상적이었고, 시간제한이 핵심인 도전에서 일부러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만드는 등 머리를 굉장히 잘 써 요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시즌의 마지막 대결은 <아이언 셰프>처럼 실황이었는데, 두 경쟁자가 모두 여자라는 점 또한 최초였다(이로서 여자 탑 셰프는 두 명).

우승 소감이 ‘한국에 갈 수 있겠다’였고 종종 입양에 얽힌 이야기를 했는데, 해외 입양 문제는 별로 건드리지 않고 싶은 화두거니와 개인의 선택이므로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버려진 자식이야 그렇다치고 버린 부모가 자식 앞에 굳이 나타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시즌이 한창일때 미식축구 수퍼볼이 지나갔는데, 그에 맞춰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입양아 출신이라는 배경이 화제가 되었다. 원래 그럭저럭 하는 주전이 뇌진탕으로 쉬어야만 했을때 그 자리를 꿰차 팀을 수퍼볼로 이끈 2년차라 워낙 이야기기 많았던 상황이기도 했는데, 어쨌든 흑백 혼혈로 입양되었는데, 양부모까지 만난 생모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거절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딱히 즐겨 읽지 않는 ESPN의 Rick Reilly는 칼럼을 통해 ‘내가 한국에서 입양한 딸의 생모를 찾아주니 너무 좋던데 콜린 캐퍼닉은 왜 생모를 만나려 하지 않는가?’라는 의사를 밝혔다. 부모도 입양아도 아니지만 어이없는 의사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출처를 올리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니 만만치 않은 비난/반박 글이 뜨는 가운데 역시 한국 입양아 출신이라는 작가의 뉴욕 타임즈 반박글이 인상적이었다.

탑 셰프라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조금만 뭔가 잘 해서 인기를 얻으면 한국계네 뭐네 떠들기 좋아하는 이나라에서 여기에 신파를 섞어서 뉴스거리로 만들고 부모를 찾아주네 마네 난리치는 상황은 또 생기지 않을까 모르겠다. 한술 더 떠 <인간극장>이나 말도 많고 탈고 많은 <글로벌 성공시대> 같은데 출연시킬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보다 행복한 삶을 찾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개인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찾은 행복이니 이제와서 핏줄을 빌미로 빨아먹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개인의 행복에 뭔가 보태준 것도 아니니까.

*사진 출처는 여기.

 by bluexmas | 2013/03/16 14:24 | Tast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みなみ at 2013/03/17 09:59 

저도 제일 걱정되는게 그거네요. 엄밀히 말하면 입양시켰다는 건 버린 건데, 단지 핏줄이 이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출세한 자식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생부모가 의외로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입양아들이 성공해서 생부모를 찾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어떻게 자라왔는지 그 과정은 알지도 못하고, 성공의 단꿀만 빨아먹으려는 사람은 기생충이나 다름이 없어요. 그건 사람이나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과격한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3/20 13:16

아뇨.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핏줄은 무서운거니까 서로 만나고 싶을 수는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