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드발 케이크 소동

마치 십 년 전 트위터에서 난리를 겪은 것 같아서 기록으로 남겨둔다.

원래 쓰레드에서는 조신하게 뜨개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며칠 전 또 평탄화(레벨링)을 하지 않고 아이싱을 덮은 케이크를 지나가다 보았다. 인용을 하고 ‘왜 요즘은 제누아즈를 다 이렇게 쓰는지 모르겠다 문제다’라고 썼는데 업장의 주인이 달려와서 해명을 요구하고(‘문제가 뭔지 모르시는 것 같으니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성난 무기명의 늑대들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찾아와 거칠게 항의하셨다.

근데 또 알고 보니 더 비참했던 건 평탄화를 시키지 않고 아이싱으로 감춘 그 케이크가 실은 제누아즈도 아니고 갸토 쇼콜라였다고. 그래서 나에게 ‘둘도 구분을 못하는 놈이 무슨 음식평론가랍시고 일면식도 없는 가게 계정에 험담을 하느냐’고 입에서 불을 뿜는 분들이 계셨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재작년부터 노안이 와서 쓰레드의 작은 이미지와 영상으로는 그것이 정확히 제누아즈인지 갸토 쇼콜라였는지 구분이 좀 어렵다. 믿기 힘들다고? 그럼 나처럼 반백 살까지 살아보면 된다. 나도 이럴 줄 몰랐다. 원래 내 시력이 2.0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그 평탄화되지 않은 속 케이크가 설마 갸토 쇼콜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 심지어 ‘요즘은 피낭시에도 레이어로 쓰는데 누가 뭘 쓴다고 정하느냐’라는 분도 계시던데 피낭시에나 갸토 쇼콜라나 엄밀히 따지자면 제누아즈보다 쉬운, 그렇기 때문에 수준이 낮기도 하고 나라면 케이크에 쓰지 않을 켜다(네가 뭘 알아?!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여기에서 뒤돌아 가던 길 가시면 된다). 말하자면 사실 나는 철썩같이 기본은 할 테니 제누아즈일 거라 믿었고 그게 올려치기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갸토 쇼콜라도 아이싱이든 뭐든 덮거나 올리면 평탄화 한다. 비디오를 가져왔으니 참고하시라. 평탄화는 모든 케이크의 기본 가운데 기본이다. 그런데 이걸 왜 하지 않느냐? 어떤 분께서 ‘요즘은 투박한 것이 트렌드다’라고 고견을 주셨는데 진짜 벼룩의 눈깔만큼도 동의할 수 없다. 그런 거라면 아이싱은 왜 그것도 매끄럽게 덮는가?

현재 한국에서는 페이스트리의 문법이 거의 완전히 붕괴되었고 그 일환에서 일손을 줄이기 위해 표면을 고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아이싱 따위를 발라 단면이 못 생긴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그냥 정상처럼 자리를 잡았다. 말하자면 ‘비정상의 정상화’다.

아마추어 홈베이킹 레시피에서도 레이어드 케이크는 아이싱 따위를 바른다면 켜를 반드시 고르고 등분해준다. 이것은 기분 가운데서도 기본으로 내가 20년 전 베이킹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 이런 걸 하기 싫으면 돈 받고 케이크를 팔면 안 된다. 몰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한 5년 쯤 전 클럽하우스가 잠시 유행했을 때 CIA 페이스트리 과정을 졸업한 젊은이의 인스타 계정을 한참 보았었다. 물론 수련이 안 되어 있기는 했지만 너무 충격적인 수준이어서 곧 언팔로우를 하고 다시 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과연 한 5년쯤 뒤 이런 이들이 제대로 된 수련을 거치지 않고 업장을 내면 과연 어떻게 될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 현실이 지금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갸토 쇼콜라든 피낭시에든 켜를 누가 어떻게 꼭 만들어야 한다고 정하지 않았고 나도 안 그랬으며 내 요지는 그게 아니다. 돈을 받고 물건을 팔면 그 가치에 맞는 물건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 기준, 더 나아가 하한선이 붕괴되었단 말이다. 페이스트리는 음식에서도 가장 예술적인 부분이고 그 정점에 케이크가 있다.

그런데 요즘 팔리고 있는 케이크는 심지어 켜가 줄어들면서 더 못생기다 못해 고르게 만들 생각조차 처음부터 안 한 채로, 안 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유행이든 트렌드든 다 좋은 게 그런 건 그냥 기만이다. 그런 게 기만임을 지적하는 게 내 일이다. 진짜 좀 웬만해야 ‘아이구 요즘 자영업이 정말 힘드시죠? 고생이 많으십니다’라고 위로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