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도피와 체념의 케이크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듯한 케이크 가게가 생겨서 가보았다. 아니 사실은 지난 번에 갔다가 휴일이라 헛탕을 친 뒤 두 번째 방문이었다. 간판이 없는 가게,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듯한 인테리어, 9석의 작은 공간, ‘혼자 일해서 주문 후 시간이 걸린다’는 작디 작은 안내문구, 주 5일 매일 다섯 시간 영업… 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케이크(8,500원)에서 도피와...

쓰레드발 케이크 소동

마치 십 년 전 트위터에서 난리를 겪은 것 같아서 기록으로 남겨둔다. 원래 쓰레드에서는 조신하게 뜨개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며칠 전 또 평탄화(레벨링)을 하지 않고 아이싱을 덮은 케이크를 지나가다 보았다. 인용을 하고 ‘왜 요즘은 제누아즈를 다 이렇게 쓰는지 모르겠다 문제다’라고 썼는데 업장의 주인이 달려와서 해명을 요구하고(‘문제가 뭔지 모르시는 것 같으니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성난 무기명의...

[응암동] 스위츠마인-개중 준수한 케이크

거의 아포칼립스 수준으로 케이크가 여러 갈래로 망가진 현실이라 이정도라면 굉장히 준수한 축에 속한다. 사실 이만해도 과일이 많은 축에 속하지만 아예 케이크가 가운데에는 들어가지 않은 미친 것들도 많다 보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케이크와 크림이 적당한 단맛을 품고 있어 균형도 잘 맞는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 한 쪽 9000원이라면 이보다 단면이 좀 더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요즘...

이미 질식사한 제과제빵의 레퍼런스

슬슬 질식사의 문턱에 접어들고 있는 도너츠를 살펴보고 나니 이미 맛의 세계를 하직한 제과제빵의 레퍼런스들이 생각났다. 1.마카롱: 마카롱의 핵심은 껍데기일까 소일까? 한국에서는 후자라 믿었으니 지옥의 뚱카롱이 탄생했다. 마카롱의 원조라는 피에르 에르메와 라뒤레마저도 몰아내는 한국형 뚱카롱의 파워! 2. 레이어드 케이크: 크리스티나 토시의 디저트는 충분히 독창적이지만 미국의 질펀한 맥락 속에서만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정교함을 대신 푸짐함을 선택한 케이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