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Ember

예고편도 딱 한 번인가 보았던 것 같은데도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영화 자체의 시각적인 측면(‘비주얼’이라고 한글로는 도저히 쓰기 싫다니까…), Atonement에서 영화의 중심을 잡는 연기를 보여줬던 Saoirse Ronan, 뭐 워낙 잘 나가시는 Bill Murray 등등의 출연진만으로도 이 영화는 돈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데,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요소들 때문에 보는 사람의 기대는 높아지고 그와 동시에 허술한 이야기는 실망을 안겨준다. 이야기에는 조금만 더 파고 들어가면 뛰어난 시각적 아름다움에 발을 맞춰 하나의 명작, 까지는 아니어도 방금 내가 본 것과는 깊이가 다른 영화가 되었을 법한 요소들이 꽤 있었다. 신세계를 향한 이상이랄지, 선각자적인 개인과 무지한 개인과의 대립, 또 군림하려는 사회와 그걸 거부하려는 개인 사이의 갈등… 이런 이야기 발전의 요소들이 뭐 세상에서 가장 참신한 종류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30분 정도의 시간만 더 할애해서 이곳저곳에 끼워 넣었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가 그저 애들 대상의 모험 영화 정도로 밖에 보이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쉬웠다. 너무 아쉬워서 나도 생각한대로 쓰지 못하고 버벅대고 있다. 대부분 보고 나서 아쉬워도 ‘뭐 그런거지’ 정도의 마음으로 털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영화는 참 많이 아쉽다.

 by bluexmas | 2008/10/12 05:49 | Movi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