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2_햇살이 소파에 깃드는 시각
햇살이 가장 깊숙히 깃드는 시각, 그러니까 오후 세 시 반쯤 소파에 누워 백예린의 새 앨범을 오디오로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얼굴에 정면으로 내리쬐는 햇빛이 부담스러워 불투명 유리문을 반쯤 닫았겠지만 오늘은 그냥 놓아두었다. 해가 정말 유난히도 길었다. 오늘 같은 날이 남은 생에 과연 몇 번이나 다시 찾아올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나는 오늘을 기억할 수 있을까. I wanna...
햇살이 가장 깊숙히 깃드는 시각, 그러니까 오후 세 시 반쯤 소파에 누워 백예린의 새 앨범을 오디오로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얼굴에 정면으로 내리쬐는 햇빛이 부담스러워 불투명 유리문을 반쯤 닫았겠지만 오늘은 그냥 놓아두었다. 해가 정말 유난히도 길었다. 오늘 같은 날이 남은 생에 과연 몇 번이나 다시 찾아올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나는 오늘을 기억할 수 있을까. I wanna...
간만에 ‘업 인 디 에어’를 또 보았다. 아무래도 남 이야기 같지 않은데 언젠가는 남 이야기 같아질 것도 같아서 종종 본다. 이번에 보았을 때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장면은 해고 통지를 들은 제이케이 시몬즈의 한탄이었다. 그가 자식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자 조지 클루니는 ‘요리 공부를 잠깐 한 것 같은데 그 꿈을 다시 좇아볼 기회가 아니겠느냐’는...
밖에 나온 김에 습관적으로 백화점에 갔다가 쌀이 떨어졌다는 걸 가까스로 기억해냈다. 쌀이 떨어졌다고 끼니를 굶지는 않지만 꼭 밥이어야만 할 때 없으면 서글퍼진다. 꼭 밥이어야만 할 때가 있어서 지어 먹으면서 생각을 하는데, 만약 누군가 혼자 끼니를 해결하기를 싫어한다면 웬만하면 면이나 빵 등 다른 탄수화물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밥 탓에 당신은 쓸데없이 서글픔을 느낄 수도 있다. 야근하느라 피곤해서...
지난 십오 년 동안 글을 쓰기 싫었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일이 된 글쓰기가 하기 싫은 날이야 당연히 있었지만 글 자체를 쓰기 싫었던 날은 없었다. 다만 일이 아닌 글을 쓰기가 여러 이유에서 갈수록 힘들어졌을 뿐더러 작년 하반기부터는 일에서 일을 더 분리해내기도 어려워졌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일은 이제 하기 싫다. 그래서 한참 동안 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