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 도원장-보석같은 간짜장

여전히 좋은 곳들이 몇몇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연남동과 연희동의 중국집 혹은 중식당이 예전 같은 밀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되레 지역주민으로서 더 안쪽의 가좌, 홍은, 홍제, 응암동 등지에 내실 있는 곳들이 더 많다. 특히 조금 신기하게도 가격 불문 짜장면의 완성도가 괜찮은데, 그런 가운데서도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것 가운데 최고는 도원장의 몫이다.

미리 끓여 놓는 보통의 짜장과 달리 간짜장은 주문과 동시에 볶고 전분으로 걸쭉함을 불어 넣지 않는 게 정석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나는 장의 ‘바디’를 이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양파의 상태를 유심히 본다. 상당히 많은 이들이 ‘제대로 볶은 것’이라 말하는 양파는 대체로 덜 볶아서 하얗고 우적우적 씹히는데 자격 미달이다. 숨이 약간 죽고 불투명하게 바뀐 가운데 살짝 아삭함이 남아 있어야 맛도 질감도 다 좋다.

그렇게 잘 볶은 양파의 짜장과 수타면이라 짐작되는데 그런 것 치고도 상당히 결이 고운 면이 잘 어우러진다. 첨가제를 쓰지 않은 듯 상당히 부드럽지만 적지 않은 양을 다 먹는 동안 넋을 놓고 퍼져 버릴 정도로 힘이 없지는 않다. 저 먼 옛날 먹었던, 희미한 기억 속 수원 고등반점의 기스면 면발을 다시 만난 것 같아 상당히 반가웠다. 짜장이 살짝 달아서 아쉬웠지만 요즘 경향과 비교해보면 그래도 약한 수준이었다.

간짜장 하나만 놓고 보아도 정말 훌륭하지만 노년의 부부 둘만이 운영하는 오래된 동네 업장에 냅킨 대신 두루마리 휴지를 쓸 정도로 개선이 안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또한 요리까지 포함한 음식의 가짓수가 상당히 적기까지 해 30분 이상 되는 거리에서 일부러 찾아와야 할 곳은 아니라고 본다. 근처에 산다면 가끔 들러 면류 한 그릇 후루룩 먹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어나기 딱 좋은 곳이다. 교통도 약간 애매하고 카드도 받지 않는다. 간짜장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