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와 체념의 케이크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듯한 케이크 가게가 생겨서 가보았다. 아니 사실은 지난 번에 갔다가 휴일이라 헛탕을 친 뒤 두 번째 방문이었다. 간판이 없는 가게,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듯한 인테리어, 9석의 작은 공간, ‘혼자 일해서 주문 후 시간이 걸린다’는 작디 작은 안내문구, 주 5일 매일 다섯 시간 영업… 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케이크(8,500원)에서 도피와 체념의 맛이 났다. 딱딱하고 푸석한 게 잘 못 만든 파운드케이크 같는데 가운데에 끼워진 말차 가나슈와 유자 버터크림 덕분에 한층 더 무겁고 침울했다.

타인, 그것도 잘 모르는 사람을 걱정하는 일은 정말 지구와 세계의 안녕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정도라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내가 그냥 15,500원을 정말 참담한 케이크와 보통의 커피에 쓴 건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다. 다만 이것이 음식을 통한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이라면 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기에 답답한 나머지 걱정이 된다. 이 사람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이 가게를 열고 이런 케이크를 파는 걸까?

아무리 보아도 이 가게와 이 케이크에서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 밖에 느낄 수가 없었다. 주인이 주방에 들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면 난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었다. 괜찮으세요? 지금 이 케이크가 문제가 아니고요, 정말 괜찮으신 거에요?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나의 이런 글이야말로 진짜 이 케이크를 만든 사람을 힘들게 하겠지. 그렇다면 나는 글을 쓰지 말아야 할까? 사실 그렇기에 요 몇 년 동안 글을 잘 쓰지 않았다. 정말 웬만해선 할 말이 없기도 하거니와 쓰더라도 “짜증과 분노”라는 이야기를 들을 테니까.

하지만 이 케이크는 사정이 달라 보여서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먹이고 싶은 마음도, 케이크를 통해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싶은 바람 같은 것도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렇다고 그 모든 걸 감출 수 있는 기술조차 없어서 다 드러난다. 9석 밖에 안되는 작은 공간에서 또 다른 2인 손님이 지나치게 큰 소리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정말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이 케이크를 먹고도 목소리가 그렇게 크게 나올 수 있어요? 정말 아무 것도 못 느끼고 있는 거에요? 그렇다면 왜 먹으러 온 거에요? 지금 남의 불행을 조소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