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스빵에 관한 고찰

요즘 상당히 건전하게 살고 있었는데 트친이 올린 사진을 보고 갑자기 춘천 대원당의 맘모스빵을 사 먹었다. 몇 가지 생각들.

1. 정색하자면 ‘매머드 빵’이라 표기해야겠지만 그럼 맛이 안 산다. 역시 ‘맘모스’ 빵이다.

2. 그런데 왜 ‘맘모스’ 빵인가? 설이 두 갈래인데 일단 ‘맘모스 제과’에서 만들었다는 게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 상호를 붙였다면 ‘시그니처’ 빵이어야 하는데 왜 하필 이게?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빵이 맘모스처럼 덩치가 커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는 두 번째 설이 더 그럴싸하다.

3. 어디 빵만 큰가? 내용물도 푸짐하다. 어린 시절엔 빵 사이에 주로 잼을 발랐던 것 같은데 요즘은 크림도 함께 바른다. 그러면서 원래 속을 채웠던 건포도는 대부분 빠졌다. 요즘은 더 나아가 앙금을 넣는 것도 상당히 많은데, 팥보다 완두를 더 정석으로 쳐주는 분위기다.

4. 이러면서 뇌절이 시작됐다. 원래 맘모스빵은 큰 소보로빵이다. 소보로는 다름이 아니라 서양 제과제빵에서 쓰는 ‘스트루셀(슈트로이젤)’이다. 밀가루와 설탕, 그리고 버터를 함께 비비면 보슬보슬한 입자가 된다. 이렇게 빵에 올려 구우면 바삭한 껍데기를 형성하니 미국 홈베이킹에서 ‘코블러’를 만드는 데 쓴다. 약식 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보로빵을 만들 때는 땅콩가루를 섞는 곳도 많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곰보빵’이라 불렀다. 세상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

5. 말하자면 원래는 빵이 위주였는데 잼과 크림과 앙금에 건포도 대신 자리를 차지한 밤 등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빵이 갈수록 공기를 잃고 납작해졌다. 요즘 맘모스빵은 대체로 두께가 1센티미터 수준이고, 정말 전병처럼 얇은 것들도 있다. 잼, 크림, 앙금 등을 전부 사이에 끼우려니 빵이 두터우면 다루기가 여러모로 어려워져서 그렇다. 빵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말이다. 심지어 빵 속에 잼 등을 채워서 구운 뒤 두 장 사이에 또 크림 등을 발라 만든 것들도 흔하다. 무섭고 도망치고 싶다.

6.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은 대원당의 맘모스빵에는 잼과 버터크림이 들었는데 점도가 높으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냉동실에 두세 시간 두었다가 먹었다. 버터(…)크림이 나쁘지 않은데 빵과 질감 면에서 아주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

7. 다들 너무 달다. ‘빵+속재료=100의 단맛’으로 계산해도 많이 단데 둘 다 80 이상이라 합치면 160이 되어 버린다. 그나마 대원당의 맘모스는 빵 자체가 두툼하고 푹신푹신해서 좋았다.

8. 사실 소보로의 분포와 밀도가 중요하다. 알갱이가 너무 작아도 재미없고 너무 적게 퍼져 있어도 재미없으며 너무 많으면 또 속재료들과 함께 ‘투 머치’가 된다. 적당히 큰 입자가 빵의 표면을 약간의 빈틈을 남겨 놓고 덮어준다 생각하면 딱 좋은데 의외로 찾기가 어렵다.

9. 그러고 보니 요즘 감명 깊게 먹은 맘모스빵은 안타깝게도 없다.

10. 들개이빨 만화가의 맘모스빵 탐방기가 매우 재미있으니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