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김치 담그기-최고의 초보자용 김치 담그기 지침서

타향 살이 여러 해에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갈증이나 금단증상은 많이 가라앉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밥을 먹게 되면 김치는 꼭 있어줘야만 합니다. 처음 한 두해 정도는 한국 식품점이나 떡집 등등에서 파는 김치들을 가게별로, 혹은 종류별로 돌아가며 사 먹어 가면서 못마땅함을 삭히지만, 그게 세 번째 해 정도에 접어들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됩니다.

그리하여 다른 것 다 해 먹어 보려고 시도하는 마당에 김치라고 못할소냐- 라는 당찬 마음가짐으로 제일 쉽다는 깍두기부터 담아보기 마련인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양념의 배합이 장난 아니게 힘든 탓에, 성공률이 굉장히 낮았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집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 해도 이미 김치 담그기가 숨쉬기 만큼 자연스럽게 몸에 밴 어머니의 그것은 대부분 정량화되지 않은 관계로 전수받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럴 경우에 바로 과학화 및 정량화 된 레시피가 필요한건데, 바로 이 책은 그런 레시피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재료 손질에 서툰 사람들을 위해 재료 준비부터 완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사진촬영하여 마치 정지동작을 나열하듯 죽 늘어놓아 보여줍니다. 덕분에 아주 기본적인 칼질 또는 음식 만들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책의 지침을 잘 따른다면 몇 번의 실패와 그에 따른 김치찌개(내지는 그냥 배추/무우국)만 겪으면 그냥 참고 먹어줄 수 있는 김치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참고로, 이 책의 레피시 자체는 별 문제가 없지만, 김치거리를 적절한 정도로 절이는 건 사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배추든 무든 너무 절이면 씹는 맛이 없고 너무 덜 절이면 물이 많이 나와서 간이 싱거워지니까요. 그래서 저는 보통 깍두기를 위한 무는 두세시간, 막김치를 위한 배추는 반나절, 그리고 포기김치를 위한 배추는 아예 하루밤 정도를 절여줍니다.

사실 김치는 정말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반찬이라서, 웬만큼 의욕이 앞서지 않으면 시도해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2불에 무 한 개를 사서 깍두기를 담그면 근 한 달을 김치만 먹고 또 질려서 삼겹살 넣고 찌개까지 끓여 먹어도 남는 이 마당에 굳이 5,6불씩 주고 김치를 사먹을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하여간 어느 지방으로 치우치지 않은 비교적 깔끔한 맛의 김치 레시피를 제공하는 책이 가격도 6,800원이라니, 다음번 고국방문에는 저자를 찾아뵙고 성은이 망극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 정말 가득합니다. 

 by bluexmas | 2007/06/08 12:35 | Book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06/08 13:03 

이번에 한국가는데 한번 사봐야겠네요! 깍두기한번이랑 동치미 한번 담근게 다였는데…여긴 한국장보기도 만만치 않아서…-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08 13:08 

글 쓰려고 알라딘을 검색해봤는데 품절이던데요? 음식을 할 줄 아신다면 재료 손질 과정이야 뻔하니까 나중에 제가 재료 배합비율이라도 알려드릴께요. 혹 책을 못 구하신다면…

 Commented by 카렌 at 2007/06/08 13:17 

오오 @ㅅ@ 이런 책이!

하지만 전 사먹을래요 -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08 13:21 

^^ 그러세요…우리나라는 먹을만한 김치 많으니까 뭐… 여기는 가끔 젓갈 모자르면 바퀴벌레로 대신한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별로에요.

 Commented by 카렌 at 2007/06/08 14:36 

컥 바퀴가 젓갈을 대신해준단 말인가요;?

 Commented by ppink at 2007/06/08 23:06 

배추김치,깍두기,파김치,부추김치,물김치,열무김치…..

다~한번씩 도전해본 후…

조용히 엄마에게 전화드립니다. 택배 쏘시라고.. -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09 13:16 

카렌님: 맞아요, 잘 아시네요. 혹시 바퀴벌레 넣고 김치 담궈 보셨을까? 사람들이 그러는데 새우젓보다는 덜 구수한데 멸치젓보다는 또 조금 덜 텁텁하대요. 그러나 저는 거기까지는 시도 안 할 거에요.

ppink님: 제가 좀 멀리 살아서 택배가 안 되긴 하지만 사먹거나 그냥 풀을 뜯어 먹을지언정 부모님한테 더 부탁은 안 하는게 제 주의라서요…대학생때 자취하면서는 뭐 밑반찬 얻어먹었지만, 제가 직접 해보고 대체 얼마나 손 많이 가는지 알고 나서는 더더욱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어요.

 Commented by 카렌 at 2007/06/11 15:18 

또 속았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