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에서 익어가는 미친 아침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금요일 아침을 준비하는게… 하여간 언제나처럼 배려랍시고 아침을 준비할테니 채식을 하거나 그 밖에 특별한 요구사항이 있는 사람은 얘기해달라, 고 메일을 돌렸더니 농반진반으로 고기를 먹고 싶다는 메일이 몇 개 날아 들어왔다. 아침부터 고기라… 고등학교 다닐때 아침에 라면 몇 번 먹었던 것 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아침에 고기 따위 먹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는데 먹게 해주지, 라는 마음으로 밤새 오븐을 돌리기로 했다. 그리하여 내일의 미친 아침은 밤새 오븐에서 익어가고 있다.
…음식에 관한 글과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음식을 안 만들어 먹었던 건 아니다. 물론 요즘 바쁘고 지쳐서 아주 미친듯 만들어 먹지는 못해왔지만, 그래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꾸준히 해 먹고 살고 있다. 사진도 아마 거의 대부분 찍어 두었을 것이다. 단지 요즘같은 분위기-안팎 모두-에서는 나의 의도가 어땠는지와는 상관없이 그런 쪽과 관련된 얘기를 여기에서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단 한 번도
가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억지로 정의하려 한 적이 없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음식블로그 같은 건 애초에 꿈도 꿔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면이나 무슨 삼각 김밥 따위의 ‘리뷰’ 라니, 그런 걸 보고 있노라면 뭘 먹는지는 알고 먹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그런 걸 ‘리뷰’ 해서 글을 올리느니 지난 겨울에 서울 갔을때 세운상가 근처에서 산 면봉이랑 110과 220 볼트 변환용 플러그 ‘리뷰’를 하고 싶다. 미국의 면봉 전문 브랜드 Q-Tip과 이 세운상가 산을 비교해 보면…귀찮은데 관두자. 하여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리뷰’ 라는 단어를 쓰지 못해 안달인걸까. 그런데 정말 Review라는 단어의 뜻은 대체 뭐냐…
어쨌든, 고기 익는 냄새의 도움으로 잠을 깨는 아침이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그게 바로 내일 아침이라니… 아, 또 누군가 직업 바꾸라고 한 마디 할텐데, 듣기 싫어서 어쩌면 좋을까.
# by bluexmas | 2008/06/06 14:56 | Life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