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숨결
그래봐야 일년에 열 두 달 밖에는 없으니, 그 열 두 달 가운데 하나의 반이나 되는 시간이나 집을 비우고 돌아올때면 그 부재중이었던 시간동안 쌓여있을 우편물 꾸러미에서 사람의 손길을 머금은 무엇인가가 하나나 둘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 초라한 바램을 품게 된다. 뭐 말하자면 기대하지 않았던 무엇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겠지. 그래봐야 일년에 겨우 스물 하고도 몇 번 그런 일이 벌어질까 말까 한 셈인데, 이 꼬라지로 살고 있는 마당에 그 정도는 감히 바래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운명에 대한 반항심 따위를 가지는 꼴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여름의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어주었다. 바다에서 태어나 매몰찬 바람에 초라하게 쪼그라들었던 내 두 짝의 폐는 한 여름일때 습관으로 지어진 도시로 돌아오니 다시 팽팽하게 부풀어올랐고, 나는 그 일부를 이 녀석에 나눠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니까, 숨결을 불어넣는 행위는 곧 다가올 겨울의 복도를 대비해 온기를 비축해놓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나의 숨결이 납작하게 눌려있던 것에게 형태라도 불어넣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 by bluexmas | 2008/09/22 12:31 | Life | 트랙백 | 덧글(10)
모조님: 엽서는 전부 다른 사람들한테만 보내고 저한테는 안 보냈거든요. 모조님이 엽서 보내주세요^^
basic님: 모르겠어요. 저도 받은거라서요. 팬더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