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게 바치는 피
벌써 한참 전에 새 식칼을 사자마자 손을 베었는데, 글을 썼더니 어떤 분이 칼을 새로 사면 피를 바치게 된다고… 반만 믿고 반은 믿지 않았는데, 짐에 같이 들어온 새 식칼 셋에서 몇 가지 칼을 쓰고 닦다가 또 손가락을 베었다. 여기까지 쓰면 누군가는 ‘고무장갑 끼고 하시지’ 라고 얘기할지도 모르겠는데, 고무장갑 끼고 했다-_- 안 끼면 손이 금방 너덜너덜해져서… 그러니까 이 칼이 너무 잘 들어서 고무장갑도 무자비하게 자르고 손가락도 쭉쭉 자르는, 그런 칼인 듯.
사실 뭐, 그렇게 심하게 베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칼이 안전한 칼’ 이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 베지 않으면 좋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날카로운 칼로 깨끗하게 베이는 편이 훨씬 낫다. 파상풍의 위험도 없고. 지난 한 달 동안 합쳐서 세 번 정도 자잘한 상처를 입었는데, 계속 덧나고 있어서 약간 걱정스럽다. 요즘 상태가 안 좋나? 지난 주에 속 쓰린 것 때문에 내과를 찾아갔더니 의사가 뜬금없이 파상풍 예방 주사는 맞았냐고 물어봐서 조금 황당했다. 이것도 뭔가 팔아 먹는 수작으로 이해해야 하나.
어쨌든, 피를 보면 갑자기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설겆이 할 맛이 떨어져서 다 팽게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 아니면 지금 당장 안 해도 되는 설겆이였는데, 부엌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언제나 신경이 쓰여서 빨리 하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피봤다, 흑흑 T_T 한 번 내 피를 받아 먹었으니 앞으로는 피투정 없이 내 말을 좀 잘 들을까?
# by bluexmas | 2009/06/17 00:04 | Life | 트랙백 | 덧글(12)
그래서 독일여행갔을때 사온 -엄청 날카로운-행켈 쌍둥이칼은 저만 쓰고있죠^^;
비공개 덧글입니다.
잘드는 칼은 요리를 활기를 불어 넣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