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낮술(3)-삼단 합체 초콜렛 아이스크림 디저트

김치의 신맛을 낸답시고 식초를 떡허니 부어서 만든 정체 불명의 야채 무침을 김치랍시고 자기 블로그에 올리고, 거기에 뭐라고 댓글을 달자 여자가 아니면 덧글도 달지 않는, 블로거로서는 개차반인 그이지만, 이 책만큼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다.

David Lebovitz의 The Perfect Scoop은 혹시라도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최고의 아이스크림 레시피 모음집이다. 무엇보다도 레시피 자체가 집에서 쓸 수 있는 아이스크림 제조기의 양(1 Quart=946 ml)에 맞춰져 있어서, 계란 8개를 다시 7로 나눠서 넣는 등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레시피 계산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또한, 기계만 멀쩡히 돌아간다면 실패할 확률이 적은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제공한다. 다년간…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2년 조금 넘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은 경험으로 얘기하자면, 지방이 적게 들어간 아이스크림일 수록 식감 면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아예 그럴 위험을 줄이고자 이 책은 거의 60% 이상 프랑스 스타일의, 계란과 크림이 듬뿍 들어간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를 제공한다. 채 1리터가 못 되는 아이스크림에 계란 노른자 다섯개와 크림 500ml가 들어가니, 이 아이스크림은 웬만해서는 실패할 수가 없다.

또한, 단지 아이스크림 뿐만 아니라 그 아이스크림에 곁들여 하나의 완벽한(=살이 더 잘 찌는)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 역시 함께 제공한다. 아이스크림과 탄수화물이 짝을 지으면 그 유혹은 뿌리칠 수 없는 법,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그 밑에 깔 수 있는 브라우니랄지, 머랭 과자 같은 것들의 레시피와, 또한 그 위에 끼얹을 수 있는 각종 소스들의 레시피도 함께 제공한다. 따라서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집에서 혼자 아이스크림 디저트 만들어 먹는 정도는 종류를 바꿔 가면서 실컷 할 수 있다.

유지방이 들어가지 않는 소르베나 그래니타, 그리고 젤라토 종류도 선보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커스터드를 주로 다룬 책이기 때문에 나머지 아이스크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책을 찾아보거나, 그가 다음 책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하지만 아이스크림 레시피로써는 이 정도면 최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진도 멋지다. 표지에서 벌써 그 싹수를 알 수 있지 않은가?

 by bluexmas | 2009/07/15 09:11 | Tast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by catail at 2009/07/15 10:41 

저도 이 사람 블로그 구독하는데, 그랬군요. 김치는 정말 어이가.

여자가 아니면 덧글도 안 다는 거였군요, 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6 00:25

네, 김치는 정말 어이가 없죠^^ 어쨌든 애교 넘치게 덧글 단 여자애들한테는 덧글달고, 식초 넣는거 아니라고 두 번이나 진지하게 얘기해준 저는 개무시. 뭐 자존심 상했나부죠.

 Commented by 몬스터 at 2009/07/15 11:52 

그러니까, 여름동안 이책의 레시피만 따라한다면

+5kg는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군요!! 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6 00:25

그 정도는 우습고 +10kg는 보장합니다!!!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07/15 12:48 

헤에…아이스크림기계로 아이스크림을 한번 맛보고싶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6 00:26

사실 온도나 조직 면에서는 대용량 기계가 만든게 더 나을 수 있죠. 집에서 만들면 재료를 선택해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구요.

 Commented by 유우롱 at 2009/07/15 14:12 

아 정말 너무너무 갖고 싶은 죄악의 책이로군요 ;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6 00:26

네, 보기만 해도 그냥 침이 질질… 손에 쥐고 있으면 책이 막 젖어들어가요 T_T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7/15 15:21 

이 책은 그야말로 다방면 파멸의 지름길이군요

재료 도구 지름에 지방에ㅇ>-<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6 00:27

그렇죠, 바로 전방위 파멸이라 극복하려면 엄청난 조심함이 요구된답니다. 저도 튜나님처럼 ‘조신xmas’ 라고 아이디를 바꿔야 될지도 몰라요 T_T 지금은 너무 조신함이 부족해요…T_T

 Commented by 아르히스 at 2009/07/15 16:19 

집에 아이스크림 메이커가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위안하고 있습니다. 위안……..

하나 장만하고 싶은데 냉매 얼려쓰는 것보다는 그냥 알아서 식혀주는 것을 더 좋아하다보니 마련하기엔 너무 비싼 그대가 되더군요. 게다가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것이 괜찮다지만 역시 비쌉니다.

이런 핑계로 아이스크림의 유혹에서 간신히 도망갑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6 00:28

그건 기계가 비싸죠… 그러나 저도 하나 가지고 싶더라구요. 냉매 얼리는 거 번거롭거든요. 요즘은 아예 냉매통을 쓴 다음 바로 씼어서 냉동실로 복귀시킵니다.

그나저나 기계 없어도 아이스크림의 유혹으로 부터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Commented by turtle at 2009/07/15 23:46 

엄훠나 너무 훌륭하신 책이잖아요 ㅠㅠ

아이스크림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카누를 타고 급류타기 모험을 떠났을 때에도 수동 아이스크림 기계를 싸들고 간 오빠를 두었던 (아 길다) 앤 패디먼이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어요. 아이스크림 러버로서 참으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6 00:29

너무 훌륭하신 책이죠^^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책을 보고만 있어도 침이 흘러서 책이 젖는 불상사가 벌어진답니다.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09/07/16 14:43 

저는 아무리 훌륭한 운동선수든 음악가든 인격이 별로이면 쳐다도 안봐서 ㅎㅎㅎ 아는 이상 죽어도 책을 안 팔아줄득…이것도 아집이지만요.

모든 음식은 디저트를 위한 과정이라는 블마스님의 아름다운 지론에 가슴을 칩니다. 아아 대인배다…남자들은 너무 디저트를 경시해서 안타까워요 -ㅠ-

전 전라도아지매; 가정식만 주로 하는 편인데 최근 베이킹의 유혹이 큽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8 00:21

아, 전 먹기를 좋아해서라기 보다, 그냥 단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요. 빵도 그렇고 케잌이나 뭐 그런 것들… 아이스크림이 만들기 가장 쉬운 것 같아요. 마무리는 기계가 해주니까요. 디저트 먹으려면 본식을 꼭 먹어야죠. 빈속에 디저트 바로 먹으면 즐거움이 떨어지니까요.

사실 엄마 손맛 살리는 것도 음식 만드는 목표 가운데 하난데 그게 너무 쉽지 않아서요. 도구값이 좀 들기는 하지만, 빵을 좋아하신다면 베이킹은 강추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