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낮술-우리술 이렇게 달아도 되나?
양재동 하나로 마트에서 사온 차돌박이와 삼겹살에 두 종류의 우리나라 술을 곁들여보았다. 첫 번째 술은 선물로 받은 복분자주. 와인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니 그런 느낌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는지 포장이며 이름 모두 정말 와인과 같은 분위기였다. 기름기가 많은 차돌박이와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느낌이지만 예전에 먹었던 복분자주들의 느낌과 거의 똑같이 달았다. 알코올을 빼면 달콤한 복분자 주스가 되어 그라니타나 소르베, 젤리 같은 여름 디저트를 만들기에 딱 좋은 맛이었으니 실로 어른의 맛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 다음에 구운 삼겹살에 구운 녹차술은 조금 과장을 보태 절망의 수준이었다. 지난 번에 보성에서 사온, 쌀 75%에 녹차 25%라는 이 술은 일단 가게에서 보았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촌스러운 포장부터가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느낌=촌스러운 것인가? 사실 쌀로 만든 우리나라 술이 대부분 백세주와 같이 단 느낌일 것이므로 아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정말 딱 그랬다. 쌀의 그, 좋게 말하면 은근한 느낌에 깊에 배어든 단맛, 그리고 그 끝에 살짝 느껴지는 녹차의 씁쓸함, 그것으로 끝이었다. 녹차술이라면 녹차맛이 가장 먼저 차고 나올 것만 같은데 쌀맛과 단맛에 눌려 장식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이 녹차술을 일부러 삼겹살과 함께 먹어보겠다고 생각했던 건, 차돌박이도 그렇지만 기름기가 많은 부위의 돼지고기라면 녹차가 그 씁쓸한 맛으로 기름기를 잘 씻어주어 균형을 맞춰줄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맛이 너무 두드러지는 바람에 술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375ml한 병을 마시고는 질려서 더 마시지 않게 되었다.
이런 술들이나, 안 그런 것 같지만 끝맛이 지나치게 단 우리나라 음식들을 접하고 나면 드는 생각은 딱 한 가지이다. 우리가 그렇게 단맛을 좋아하나? 아니면 이런 종류의 단맛이 정말 우리의 단맛인가? 할머니께서 집에서 달인 조청의 맛을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설탕이나 아니면 건강을 위해서라는 좀 이해할 수 없는 명분을 내세워 여러 음식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올리고당이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 맞는 단맛이라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러한 단맛들은 정말 지나칠 정도로 두드러지는데, 그게 자충수라고 생각하는 음식들에 더 심한 경향이 있어서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이러한 술이 그렇다. 단맛은 쉽게 질린다. 처음 몇 입은 달다는 그 느낌에 홀짝홀짝 넘어갈지 몰라도, 어느 정도가 지나면 그 술 자체로도 질려버리고, 음식과의 궁합은 더더욱 엇박자를 내기 시작한다. 가만히 보면 특히 밖에서 먹는 음식들의 경우, 매운맛을 두드러지게 해 놓고서 거기에 균형을 맞춘답시고 단맛도 강하게 만들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그 맛의 짝짓기가 매운맛, 단맛 각각에 서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정말 궁금하다. 이러한 맛의 조합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한편으로는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이 우리나라의 맛이고 따라서 은근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맛을 가진, 세계화될 우리음식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진짜 LA나 기타 미국의 한인타운에서도 먹을 수 있는 단맛이 떡칠된 것들이니 대체 이건 누군가가 사람들의 입맛을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사람들이 이런 맛을 좋아하도록 진화가 된 것일까? 누군가 이렇게 대책 없는 단맛에 대한 답을 좀 주었으면 좋겠다. 이건 정말 네맛도 내맛도 아니고,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by bluexmas | 2010/07/19 14:39 | Taste | 트랙백 | 덧글(14)
비공개 덧글입니다.
미국에 있을때 술을 좋아하는 집에 초대받았었는데 백세주와 복분자주를 들고 갔더니 ‘캔디 같다’라는 평을 들은 적이 있어요.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단 걸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달다던지 달지 말아야할 것이 달면 좀 그렇더군요^^;
식사로 먹고 있는데 단맛이 나다니…으윽 끔찍해요.
저번에 밖에서 사먹은 김치찌개가 너무 달아서 도저히 못 먹었는데,
아주머니께서 왜 남겼냐고 물어보시길래 솔직하게 너무 달아서요…라고 했더니
제 입맛이 이상하다고 하셔서 …..?_? 이런 표정으로 밖에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식품가공 역사의 노하우때문에 아직은 별 수 없다 봅니다. 우리나라의 사과는 최고인데, 그걸 가공해 쥬스를 만드는 기술은 좀 처지죠. 유럽의 사과는 맛이 떨어지는게 많은데 압착기술이 좋은건지, 사과쥬스는 맛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