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on this-바꿀 수 없는 현실?
‘햄버거와 패스트푸드, 맥도날드에 관련된 이야기’ 정도로만 운을 떼는 정도 외에 이 책에 대해 딱히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온지도 몇 년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 내용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위주로 패스트푸드의 생산에 얽힌 온갖 다양한 주제들을 다뤘지만 아동 독자들을 생각한 것인지 굉장히 쉬운 영어로 쓰여 있어 거의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현실은 이미 클리셰라고 느낄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문제는 알고 있으면서도 어떤 측면에서 현실에 너무 깊이 스며들어 있어 바꾸고 싶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르거나 알아도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를 들여다 보면, 서양 특히 미국의 음식 문화가 소비자보다는 생산자에게 유리하거나 편리한 방향으로 조작되어 들어와 건강에 대한 고려가 없거나 적고, 선택의 여지가 적다는 문제 또한 어느 정도는 심각한 편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모순적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솔직히 별로 먹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타코벨마저 다시 들어왔을 정도로 미국의 온갖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와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데 의외로 가장 보통의 서양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멀쩡한’ 재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자면 서브웨이나 심지어는 퀴즈노스 같은 프랜차이즈마저도 들어와 있는 현실이지만 집에서 평범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려고 햄을 찾아보면 발색제나 조미료가 들어있지 않은 햄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수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상표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고, 무슨무슨 대학에서 만들었다는 비싼 제품들조차도 딱지를 뒤집어보면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물론 일차적인 문제는 당연히 그러한 첨가물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겠지만 그것과는 어쩌면 무관하게 그러한 첨가물들이 들어가지 않은 재료를 사고 싶어도 전혀 살 수가 없다는, 즉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식품회사의 이러한 접근이 사람들의 입맛을 천편일률적인 것으로 바꿔 놓거나, 어쩌면 원래 그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데도 그러한 첨가물을 뺀 제품을 내놓고 큰 생색이라도 내듯 엄청난 마케팅 거리로 사용해서 말도 안되는 비싼 가격을 붙여서 판다면 그건 더 문제일 것이다(물론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요즘 나오는 어린이용 치즈 등등을 들여다보면…).
요거트 같은 것들을 보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플레인 요거트는 사실 ‘건강해지는 맛’일뿐 정말 맛으로 먹을 정도로 맛있는 유제품은 아닌데(물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러한 맛을 지닌 플레인 요거트는 단 한 종류도 없고 나머지는 그러한 맛을 감추기 위해 질릴 정도의 단맛을 더한다. 심지어 전북 임실에서 제대로 만들었다고 하는 플레인 요거트도 올리고당을 질릴 정도로 넣어 플레인 요거트 본래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물론 많은 제품에서 합성착향료는 기본이기도 하다.이러한 것들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플레인 요거트는 내가 알기로 딱 하나지만, 이것조차 점도를 위해 펙틴과 젤라틴을 더했다. 물론 이 두 재료는 자연추출물이므로 건강과는 상관없을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상식적인 방법을 써서 우유로 요거트를 만들면 생기는 점도를 늘리기 위해 이런 첨가물을 더하는 그 상황 뒷면에는 과연 어떤 제조철학이 숨어 있느냐는 것이다(물론 젤라틴의 경우는 동물 추출물이므로 소량이라고 해도 진정 채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먹지 않는 것이 맞기도 하다…).
늘어놓자면 끝도 없는 이러한 문제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음식에 대한 문제 인식이나 그러한 인식에 바탕한 선택이 어떤 측면에서 까다로운 것이나 사치로 느껴지는 사회적 분위기나 아니면 선택의 여지 없이 제조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넘어가 실제로는 그러한 가치가 없는 제품을 비싸게 구입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사실 약간 쓸데없다고 싶을 정도로 버클리의 요식사업가/주방장인 앨리스 워터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누군가의 시각에서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음식에 관한 접근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치라는 비야냥을 듣는다. 그리고 그 비아냥의 이면에는 특히 미국에서 만연하는 ‘이렇게 바쁜데 대체 먹는 걸 얼마나 제대로 챙겨야 하냐’는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한 생각의 틈을 타고 쉽고 빠른 조리법이나 음식이 각광을 받고 그러한 경향을 식품회사는 최대한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물론, 이러한 이야기조차도 클리셰의 클리셰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식단을 기준으로 해서 메주를 쒀서 장을 담가먹는 식생활 같은 걸 해야 된다는 생각은 물론 하지 않지만, 그러한 수고를 덜어줄만큼 발달된 과학, 특히 식품과학을 바탕으로 보다 긍정적인 식생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뀔 희망 같은 건 없을까 생각해보았다. 이러한 종류의 논의는 언제나 해도 끝이 없기 때문에 적당한 상태에서 끝내려고 하면 늘 기분이 찝찝하다. 내 수준과 능력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이라고는 ‘개인의 선택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 낸다’ 정도?
chewonthis, 맥도날드, 패스트푸드, 햄버거
# by bluexmas | 2010/07/18 10:42 | Taste | 트랙백 | 덧글(12)


서울의 우리는 뭐 시골이나 여행가서 한상 차려먹거나 회식 같은때가 아니면, 조미료,첨가물이 너무 많은 음식을 먹고있다 봅니다~










패스트 푸드 네이션 책이 나온 뒤에 아마 이런 건 어린 아동들이 읽어야 한다, 이런 의견을 주변에서 많이 개진 했을 겁니다.
미국에는 아침에 시리얼, 점심 저녁을 패스트 푸드로 때우는 아이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체인의 햄버거나 피자를 너무 맛있게 먹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음식으로 알고 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봅니다.
저는 실제로 일로 만난 청년중에 평생 야채나 과일을 전혀 먹은 적이 없는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 주변에 그런 사람이 또 있다그러더라구요. 일단 외견상 건강에 문제는 없는 것 같았는데, 함께 식사를 하니까 진짜 고기하고 빵만 먹었습니다.
참, 잡식동물의 딜레마도 주니어용으로 재편집되어 출간되었더라구요.


제대로 미국식을 만들었다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웃기기는 한데 막상 서글프기도 한 현실이군요.
요거트도 그렇지만, 전 설탕안넣은 토마토 쥬스가 일반 가게에 없는 것도 불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