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요리 4부작(4a)-참고서적, 이론편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뜸을 들이고는 있지만, 이 분자요리 연재는 꼭 마무리를 지어야 되겠다. 혹시 이게 이글루스에서의 마지막 음식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예고했던 것처럼, 4부는 분자요리라는 것의 바탕을 제공해주는 책들에 관한 글이다. 처음에는 한 편으로 쓸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성격이 다른 책들을 하나로 묶어 소개하는 것도 번거롭고 양도 많을 것 같다 둘로 나누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편에는 이론 서적 몇 권을 소개하고, 다음 편에는 요리책들을 소개할 생각이다.

On Food and Cooking / Harold McGee

내 글에서 이 책을 여러 번 언급했기 때문에, 어쩌면 소개글을 따로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에 시달렸다. 이제 내 블로그도 검색이 필요한데 일단 나오지는 않더라.

이와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꽤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차원에서의 음식 과학 서적 1순위로 꼽는다. 이 책은 한마디로, 참고 문헌 reference이다. 서양 요리의 시각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재료를 총 망라해서 조리에 도움이 되는 과학적인 사실들을 비교적 친절하게, 그리고 쉬운 문장으로 기술해주고 있다(의외로 그는 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다-_-) . 조리 공부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조금씩의 분량을 매일 읽어 끝까지 완독을 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나 같은 경우는 그때그때 참고를 위해 펴 본다. 과학적인 시각에서 음식, 또는 조리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나머지는 먹고 생각하는 사람의 몫이다. 영국 팻 덕의 헤스턴 블루멘탈이라든지, 미국의 알톤 브라운 등의 조리사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Molecular Gastronomy: Exploring the Science of Flavor / Herve This

해롤드 매기가 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프랑스의 에르베 디스는 진짜 과학자이다(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물리화학자라고). 이 ‘분자요리’라는 용어 자체도 그가 동료 과학자 Nicholas Kurti와 함께 창안한 것이다. 서너쪽 정도의, 굳이 정의하자면 ‘과학 에세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불어를 영어로 옮겨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루한 편이다. 그래서 여러번 시도했지만 아직 다 읽지 못하고 있고, 책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_- 우리나라에도 번역이 되었다고 들은 것도 같은데 찾아보지는 않았다. 진짜 조리에 관한 실험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 보다는 식당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What Einstein Told His Cook / Robert L. Wolke

바로 위의 책이 조리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면, 이 책은 보다 더 일반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애초에 이 책은 워싱턴 포스트에 그가 연재하는 컬럼을 모은 책으로, 그의 아내가 제공하는 레시피도 함께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일반 독자들을 위해 설명하려는 듯한 느낌의 문체가 너무 두드러진다는 생각에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아인슈타인의 키친 사이언스>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표지도 그렇고 경어체의 번역도 그렇고 너무 귀엽도 친근감있는 책으로 바꾼 것 같아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자 미식학의 이해 / 노순배 

우연히 검색해서 발견한 책. 솔직히 말하면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샀다. 기사를 쓰려면 일단 최선을 다해 자료나 참고 문헌을 찾아봐야 하니까. 완성도가 떨어지는 대학 교양교재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냥 여기까지만 말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연재의 마지막 편에 소개할 다른 책을 참고로 삼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보의 나열.

그 밖에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으로 Shirley Corriher의 <Cookwise>, <Bakewise> 시리즈나, 알톤 브라운의 요리책들도 기본적으로 해롤드 매기가 집대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같은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by bluexmas | 2010/09/28 15:12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1/04/09 12:36

… 대체 어떤 종류의 책이라고 마케팅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판매가 꽤 좋은 것 같아 한편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어리둥절한 이유는, 예전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사실 reference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숙독을 하시겠다는 용자가 있다면 말릴 생각도 없고 존경심도 … more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0/09/28 17:18 

이글루스에서의 마지막 음식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씀이 안타깝습니다.

이글루스를 떠나야 할 사람은 bluexmas님이 아닙니다. 그 j모씨죠.

 Commented at 2010/09/28 20: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0/09/28 21: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9/28 23:23 

음식글 마지막이라뇨.

제발…

 Commented at 2010/09/29 03: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0/09/29 12: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0/09/29 17: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푸디 at 2011/01/07 01:44 

분자요리에 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느끼던 거부감에 대한 이유들이 확실하게 정리가 됩니다. 요리계의 “buzz word”로 참 남용된 것이 분자요리가 아닌가 새삼 생각이 됩니다. 환경계에서 “sustainable”과 디자인계에서 “ergonomic”이란 텀들이 남용된 것에 대한 똑같은 불편함을 느꼈었는데, 제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니까 좋습니다.

본격적으로 식당들 찾아다니기 시작한 초반에 정식당을 갔었을 때 언급하신 바로 그 “신기함”이 사실 제일 큰 부분이었던 것은 맞고, 모든 음식에 맛있다라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감히 요리공부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내가 어찌, 하면서 90%는 무조건 그 “신기함”에 점수를 높게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나 봅니다.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으로써 이런 글을 접할 때마다 예술은 장르를 떠나 참 비슷한 구석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공부할 때 제일 존경하는 교수님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는, 선이던 점이던 색이던 구상을 하고 execute 할 때는 단순히 멋있고 있어보여서가 아닌, 반드시 철저한 분석과 고민을 통한 확실한 이유가 매 구성원에 있어야 한다, 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한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한) 비쥬얼, 그리고 음식에서는 맛을 절대 잊으면 안되겠지요.

너무나 다양한 음식들과 정보들, 의견들 사이에서 헷갈리는 저에게 좀 더 돌아보고 열심히 노력하게 해 주는 inspiration, 이 블로그를 통해 얻게 되어 참 행복합니다. 저번부터 너무 주저리주저리 글을 남겨 왠지 귀찮아하실 것 같아 쑥스럽지만 -_-; 팬심으로 받아들여주세요 으히히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13

신기함만을 끌어내기 위해 그런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저는 정식당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게 또 엄청 신기하냐면 그런 것도 아니죠…. 그래도 조만간 한 번 정도는 더 가보려 합니다. 이번에는 혼자 안 가야 될텐데요.

 Commented by Grelot at 2011/05/19 14:02 

오, 유용한 정보들 많이 보고 감다.

Herve This의 책 중에 ‘냄비와 시험관’이란 책이 출판되어 있슴다.(식품 전공자-조리 전공자 보다는 산업화된 식품을 다루는 전공자-가 아닌 이상은 가독성이 매우 떨어짐다.)

뭐, 분자요리..란게, 어떻게 보면 조리법에 대한 것이 아닌,

“오.. 이것보라구. 마요네즈란게 사실은 이런 ‘과학적’원리로 만들어진 거야.”

“이것봐. 포도주의 구성 성분 별로 이렇게 고기의 연육에 영향을 준다구.”

“이런 원리를 적용하면 계란 한개로 1평방미터의 무스도 만들 수 있어!”

등등, 과학자의 음식에 관한 ‘일종의 유희’라고 생각함다.

음, 그리고 ‘Molecular’란 물질의 구성 단위체 수준의 고민이 베어 있기 보다는,

가공 식품에 쉬이 쓰이는 일반적인 생산 기법을 요리에 조악하게 적용해서

‘맛’에 대한 프리미엄보다는 ‘신기함’에 대한 프리미엄을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듯 하여,

시중의 분자요리전문점에 대해 썩 좋은 시선이 가지는 않더라구요.

좋은 정보 감사드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