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에서 먹은 점심 두 끼

이 동네에서는 대체 뭘 먹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 비싼 게 문제가 아니라 비싼데 그 값을 못하는 것이 언제나 문제라는 건 또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그러던 와중에 이틀 연속으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산동교자관

세 번을 찾아갔으나 결국 먹지 못했던 역삼동 산동교자관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부부가 운영을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 왈 “코드 안 맞는 사람이랑 일 하는 게 힘들어서 그냥 이 정도 규모로 혼자 하는 게 낫다.” 그래서 주방장인 남편이 만두도 다 빚고 요리도 다 하는 모양. 오향장육을 포함해서 요리의 종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단골되면 메뉴에 없는 요리도 해 줄 것 같은 분위기. 혼자 밥을 먹으러 갔으므로 볶음밥과 물만두를 시켰는데, 물만두(5,000)는 굉장히 꼼꼼하게 잘 만들어 예쁘게 생긴 애들이 나왔다. 물만두는 부들부들한 그 느낌을 좋아하는데 나에게는 딱 적당한 정도였다. 요즘 양꼬치집들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보다는 머리 하나 정도 위에 있는 느낌이랄까?

볶음밥(6,000)은 계란(너무 익힌 듯…?)과 중국햄같은 것이 들어갔는데 간단하고 비교적 가벼운 느낌이었다. 밥은 조금 마른듯하고 약간 딱딱했는데 그게 아주 거슬리지는 않았고 기름에 쩐듯한 느낌은 없었다. 마지막에 채친 양상추를 더해 대조되는 바삭바삭함을 더해준 것이 좋았다. 어째 뭐든 야채가 같이 나오면 고마운 요즘?

둘 다 꼼꼼하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은 주었지만 심심한 것이 옥의 티였는데 나중에 가게에 걸린 수료증(또는 증명서?)같은 것과 명함을 보니 대만 출신 화교인 것 같다 한편으로 그 심심함이 이해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심심한 맛의 느낌이 작년 여름 이태원에서 먹었던 <대한각>의 그것과 굉장히 비슷했다. 기회가 닿으면 오향장육을 비롯한 요리를 먹어보고 싶은데 심심함은 예상을 하고 가야될 것 같다. 위치는 코끼리 상가. 인테리어며 그릇을 포함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깔끔하고 단정해 보이는 게 마음에 들었다.

진국 설렁탕

메뉴가 단촐하길래 한 번 먹어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동네에서 반계탕 또는 설렁탕 6,000원이라면 과연 어떤 정도의 음식이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김치랑 깍두기를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는 멀쩡했다. 이제는 과연 ‘영계’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닭 또는 병아리가 대체 어떤 맛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시킨 반계탕에 딸려나온 반쪽짜리는 무엇보다 꽤 질겼다. 혹시 몸은 저런데 실제로는 늙은 수탉인 걸 잡아서 만들었나 싶을 정도… 황기 등등의 한약재를 넣어서 만들었다고 가게에 써 붙여 놓았으나 뽀얗지 않고 맑은 국물에서는 닭이 스쳐 지나간 정도의 느낌만 났지 한약재는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밥의 상태는 양호했으니, 전체를 따져본다면 6,000원짜리 조금 비싼 구내식당 정도의 수준은 되었고, 그 정도라면 그 동네에서 굳이 불만을 가질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설렁탕을 먹어볼까 한다. 먹고 나니 조미료미터는 적당하게 올라가는 수준이었다.

참, 이런 음식점을 가보면 반찬으로 꼭 고추와 양파를 내놓는데 내 입맛에 고추는 너무 매워서 먹을 수가 없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다 너무 좋아하면서 먹는 것 같은데, 나만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by bluexmas | 2010/10/02 11:45 | Tast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10/02 12:05 

저도 고추는 잘 못먹습니다. 중국집의 생양파도 맵고 입을 마비시켜서 잘 못먹고..(간짜장 속의 양파는 허접하면서 밑반찬 내놓는 생양파 품질이 좋은 집은 열 받더군요;;)

물만두는 명동[취천루]아쉽지 않아보이네요. 거긴 물만두가 7500원이라 부담가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03 14:03

매운맛, 단맛의 폭력이 넘치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만든 만둔데, 싱거운 건 감안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싱거운 건 간장으로 해결되지 않지요. 그러나 성의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아쉽지 않았습니다. 요리를 먹어보고 싶더라구요.

 Commented by 꿀우유 at 2010/10/02 20:41 

정말 돈값 못하는 압구정, 콜라 한 잔에 7천원도 하는 압구정에서 새로운 돌파구같은 포스팅이에요 ㅎㅎ 차라리 적당한 가격의 식당을 찾는 것이 성질뻗칠 일 없이 좋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03 14:04

설렁탕집은 조금 비싼 구내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더라구요… 김치를 항아리에 담아서 주던데 그것도 어려우려나요;;;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10/02 22:13 

압구정동에 청류관(옥?)이라고 한식집이 있습니다. 청와대 주방장이 나와서 차렸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접어두고, 음식이 정갈하고 밥이 괜찮습니다. 오늘 점심메뉴로 나온 육개장 먹었는데 최근 몇년사이에 먹어본 육개장 가운데 가장 맛있었습니다. 가격은 7,000원이니 그동네 가격으론 괜찮은 편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03 14:04

제대로 끓은 육개장 먹기가 쉽지 않던데… 다음에 그 동네에 가면 먹어봐야되겠네요. 간만에 갔는데 그동네 참 적응 안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Cloud at 2010/10/02 22:57 

저도 국밥집 가면 나오는 고추와 양파 중에서 고추는 아예 못 먹고 양파도 아려서 쉽게 손이 가질 않더라구요. 그래도 좋다고 먹는 사람들이 있어서 늘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03 14:05

제가 거의 다 먹었을때 들어온 아저씨 한 분도 아주 맛있게 드셔서 제 것도 드릴까 생각했습니다. 참 신기하더라구요.

 Commented by 나녹 at 2010/10/03 02:41 

볶음밥 먹어보고싶네요! 그릇도 맘에들고 양배추도 좋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03 14:05

다음에 오시면 제가 삽니다^^ 그리고 양상추더라구요. 아무래도 양배추는 좀 뻣뻣할듯…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10/03 09:49 

저도 만두킬러입니다.

저 물만두는 부들부들,,,적당하다니 찾아가서 먹어보고 싶네요.

유예기간 육개월 중 벌써 1개월이 훌떡!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03 14:06

유예기간이라 함은 만두를 안 드시는 기간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저 만두 괜찮았습니다. 셰프가 직접 빚는 만두라면… 물론 한 분만 일하시지만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10/03 14:44

아니에요.만두를 안먹을 기간이라뇨.네버네버~!!!^^

낮동안 어디 다닐 수 있는,저 그야말로 백수가 되었거든요.

압구정동이라 하니 너무 무리한 거리도 아니네요.

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07 10:17

으음… 쉬시는 기간인가요? 좋은 의미로 백수라면 좋겠습니다^^ 심심하지만 잘 만든 만두였어요.

 Commented by 호반새 at 2010/10/03 15:20 

이야 교정때문에 압구정에 가게 되는데(물론 제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고 친척에게 공짜로 받는데 그 친척이 압구정에서 치과 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_-;) 한번 들려서 먹어보고 싶을 정도의 비주얼이군요. 저도 만두 엄청 좋아하는데, 저 물만두는 정말이지 기본에 충실하며 탐스러워 보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07 10:18

네, 오너셰프(!)님이 직접 빚는 만두라지요… 오너셰프라니까 엄청 거창해보이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