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에 끓인 삼겹살 음식 두 가지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그것도 신경 안 쓰고 하는데 오븐만큼 좋은 선택이 없다. 공간 전체를 덥히므로 바닥만 덥히는 가스 또는 인덕션 스토브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데다가 오래오래 푹 끓이는 우리 음식의 성격에도 잘 맞는다. 그래서 더치오븐 같은 두꺼운 냄비와 오븐의 조합은 우리 음식을 만드는데 효율적인데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주 간만에 포기김치를 담근 김에 삼겹살을 먹어볼까, 없는 살림에 한 덩어리를 사와서는 살짝 구차하게 쪼개 두 종류의 음식을 만들었다. 하나는 족보 없는 토마토 스튜, 다른 하나 역시 별 족보 없는 삼겹살 구이였다. 고기에 소금, 후추 간을 하고 실온에 좀 두어 온도를 올린 뒤, 물기를 잘 닦아내고 큰 냄비에 각 면을 골고루 지진 다음 꺼내 1/3은 깍둑썰기 한다. 그 사이 콜라비, 샐러리악, 당근 등의 뿌리채소와 감자를 기름에 볶고, 적당량을 꺼내 더치 오븐에 깐다. 그 위에 삼겹살 2/3를 얹고 큰 냄비에는 나머지 재료를 모두 합친 뒤 토마토 통조림을 섞는다. 월계수와 로즈마리 등등을 넣고 두 냄비를 한꺼번에 오븐에 넣어 세 시간 정도 둔다.

저렇게 조리하는 오븐의 온도는 100도를 넘긴다고 가정할때 낮으면 낮을 수록 좋다. 원래는 120도 정도를 즐기지만 대여섯 시간씩 돌려야 하므로 효율적이지는 않아 이번에는 그냥 150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돌렸다. 두 시간 정도 지나면 한 번쯤 열어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확실히 온도가 높아 삼겹살은 정육 부분이 좀 말랐다. 그래도 물에 통째로 넣어 대책없이 끓이는 수육보다는 낫다.

스토브에 올려 끓였을때는 잘 안 나오는 농도가 된 토마토 스튜는 밥에 비벼먹어도 좋지만 역시 파스타, 그것도 페투치니 이상은 되는 납작하고 굵은 면이 잘 어울린다.

통밀가루를 1/3쯤 섞어 구수하면서도 씹는 맛이 있는 탈리아텔레 생면을 만들어 먹으면 좋은데, 시간이 없어 그냥 데체코 페투치니에 의존했다.

 by bluexmas | 2012/04/03 11:26 | Tast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대건 at 2012/04/03 11:31 

삼겹살통구이 인가요. 맛있을것 같아요.

어제 마트에서 오겹살 사다가 구워 먹었는데, 그것 보다 훨씬 맛있어 보입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04 09:45

네 삼겹살은 통으로 구워야 제맛입니다…^^

 Commented by 애쉬 at 2012/04/03 12:05 

오븐에 천천히 가열하는 요리는 들인 공이 아깝지 않죠 투자할 시간이 가난한 이가 아쉬워할 뿐이죠 ㅎㅎㅎ

서부시대에 화란(네덜란드) 상인들이 내다 팔아서 더치오븐이란 이름이 붙었다죠,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가마솥을 팔고다녔으면 꼬레 오븐이라고 불리며 서양요리사들이 쓰지 않았을까 망상해봅니다 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04 09:46

한때 가마솥 삼겹살이 유행이었는데 그 정도 크기라면 ‘꼬레 오븐’으로 내다팔만할 것 같습니다. 애쉬님은 참 아는 것도 많으신데 블로그는 운영을 안 하시니 어떤 분이신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hen at 2012/04/05 23:53 

도전해보고 싶네요 ㅎㅎ

(항상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4/06 10:32

삼겹살 구이는 오븐만 있으면 됩니다. 은박지에 싸서 낮은 온도에 은근하게 구우셔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