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도 없는 나라의 디저트

아침에 마트를 지나가는 김에 생크림을 한 통 사려고 들렀다.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가 돼서 사다 놓으려던 참이었는데, 마트가 막 문을 열었는데도 이미 선반에 남은 크림이 거의 없었다. 웬일인가? 그래도 한 통은 있기에 집어 들고 나오려는데 누군가 바구니에 생크림을 잔뜩 담아 가져와서는 선반에 올리는 것이었다. 옷차림으로 보아 점원은 아닌 사람이 그러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궁금했는데 생크림을 싹쓸이하려다가 제지를 당한 상황이었다. 계산대에서 점원에게 ‘제가 케이크 하는 사람인데요’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여름엔 더워서 소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니 크림이 품귀 현상을 빚는다. 그래서 마트에서도 ‘1인당 세 통’이라고 써 붙여 놓았건만, 싹쓸이를 하려다가 직원에게 제지를 당하는 광경을 보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도매상에서 물건을 못 주니까 여기까지 온 것일 텐데 그렇다고 소매점에 와서 저러는 걸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이 상황이 꽤 참담하다. 크림 물량이 달려서 물건을 제대로 만들 수 없는 현실에서 과연 케이크를 포함한 디저트류가 제대로 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

버터는 가격대도 맞지 않고 품질도 좋지 않아서 수입산에 기대는 현실인데 크림이라고 굳이 국산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모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수입 크림은 특유의 맛을 띠는 멸균 제품이라 생크림 케이크 등과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없는 국산 크림을 힘들게 구해가면서 굳이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야만 할까? 기본 식재료라 할 수 있는 크림이 품귀 현상을 빚는 현실은 분명 각박하지만 우리의 디저트 지평 또한 짚어 볼 여지는 있다. 크림이나 과일을 정말 ‘때려 붓는’ 케이크류 위주의 지평이 현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닐까?

어쨌든 유제품을 둘러싼 이 나라의 전반적인 현실은 쉽게 이해되는 구석이 없다. 디저트는 잉여 음식이라서 사실 남는 재료와 여유로운 마음으로 만들어야 맛이 있는데 2026년에 크림이 부족한 나라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