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만생종 복숭아 ‘설아’

복숭아의 철이 끝난 줄 알았다면 그대, 눈물을 거두시라. 지금 제철인 복숭아가 있다. ‘설아’라는 품종으로 극만생종이라 지금부터 초겨울까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좀 따뜻하고 습도가 높긴 하지만 그래도 복숭아라니 ‘셧 업 앤 테잌 마이 머니!’하실 분들은 잠깐,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기 전에 생각 좀 해보시라고 글을 쓴다.

일단 이 복숭아는 매우 비싸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인가에서 광고를 보고 사 먹으려다가 3개에 58,900원인가 하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지갑을 닫았다. 그리고 며칠 뒤 서울 연희동 사러가마트에서 일고여덟 개들이 상자가 10만원, 두 개에 28,000원 하는 걸 보고 후자를 사 왔다. 물론 그래도 비싸지만 많이 살 필요가 없으니 직업적인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눈물을 머금고 지출했다.

물론 중요한 건 맛일 텐데… 일단 이 계절에 나온 것치고 나쁘지는 않다. 한여름의 기운을 받아 표정이 밝고 진하고 쨍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향이 있다. 질감은 원래 ‘딱복’ 수준이지만 냉장 보관하면 요즘 유행하는 ‘쫀득이’가 된다. 다만 단맛 자체가 한국 복숭아들이 그렇듯 시간 축의 끝에서 무디다. 한마디로 스테비아 같은 대체 감미료 느낌이 나서 좀 찝찝하다.

그래서 그냥 ‘이런 게 있구나’ 같은 느낌으로 한 개 정도 맛보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소량 파는 곳이 별로 없는 것 같다. 6개에 57,900원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 복숭아를 한 사람이 세 개씩 먹는 것도 지출 규모에 맞는 수준으로 즐거울 것 같지는 않다. 좋게 말하면 이 계절에도 나와주는 고마운 복숭아고, 나쁘게 말하면 버블 심한 요즘 복숭아 문화의 요란뻑적지근한 시즌오프라고 할 수 있겠다.

*사족: 좀 더 찾아보니 ‘설아’, ‘설도’, ‘설리’ 같은 상품명으로 유통되는 이 백도의 정식 품종 등록명은 ‘진치우홍(秦秋红, 진추홍)’이라고 한다. 중국 산시성 등에서 육성된 극만생종으로 국내에는 2023년 품종보호 등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