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ves – There Goes the Fear(live)

이번 주말은 참으로 무미건조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선배들이랑 간만에 저녁을 같이 먹는다고 토요일 내내 밖에 안 나가고 부엌에 붙어 있었거든요. 금요일에 개봉한 ‘The Fantastic 4 – The Rise of Silver Surfer’를 볼까도 생각했지만 전편이 말도 안 되는 엉터리였던 것, 그리고 언제나 영웅의 수가 악당보다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봐도 돈 아까울 것 같아서 말았죠. 맨날 써 먹는 농담인지라 저 자신도 입에 담기 지겨울 정도지만, 솔직히 제시카 알바는 영화를 본업보다 ‘알바’로 생각하는지 뭐랄까, 볼만한 영화가 하나도 없더라구요. 가장 돋보였던게 대사도 별로 없이 채찍만 돌리던 Sin City였으니까요. 이건 뭐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선생님께서 연기가 안 되던 시절에 영화의 2/3가 되도록 맷돌만 돌리던 상황과 별 다를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여간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아무런 문화생활이 없었습니다. 책도 안 읽었고, 오늘은 어제 마신 싸구려 포도주로 인한 지독한 숙취로 밥 먹을때만 일어나고 소파에 계속 누워 뭉개는 아주 불건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즘은 사실 굉장히 생각이 많은 시기입니다. 그래서 글을 올리기 어려울 정도라고나 할까요? 스물 대여섯살 때만해도 지금 이 나이 정도면 삶이라는게 단순해질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정도 가지고, 뭐 아이도 낳고… 그러다보면 싫은 것도 좀 더 부드럽게 인정하고, 또 받아들이고 거기에 가족이 있으니 기꺼이 나를 희생할 마음가짐도 가지게 되고… 뭐 이럴거라는 어렴풋한 기대가 있었는데, 그런, 제가 생각하는 삶의 단순화를 위한 요건들은 하나도 갖추어지지 않았고 머리속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것만 같으니 대체 어디쯤에서 이 상황에 제동을 걸만한 동기를 찾아야 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요즘입니다(그러니까 이것은 약간의 자기 반성 포스팅-). 가끔 고마운 사람들은 저를 위해서 사회생활에 대한 조언을 나눠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지만, 때로 그 뒷 배경에 ‘너도 나처럼 살아야 한다’ 라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는 걸 알아 차리고 나면 그 모든 것들을 두 팔 벌려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Old and Wise’를 충실하게 따를 만큼 철 드는 종자는 아닌 것 같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멍청한 짓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된 나이, 벌써 더위가 빽빽하게 들어찬 빈 집 한 가운데 앉아서 이제 또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내일 죽어도 아쉽지 않다고 생각하면 두려움 따위는 못 느끼는 법입니다.

 by bluexmas | 2007/06/18 12:41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at 2007/06/18 13: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6/18 23: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19 13:19 

비공개 1님: 사실 나이 먹으면서 삶의 엔트로피는 점점 증가하겠지만 기댈 구석은 많아진다는데 제 생각인데… 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요 정말.

비공개 2님: 그래서 맨날 말만 많다고 주변에서 욕 얻어 먹기 바빠요^^ 그나저나 이제 블로그 접으셨어요?

 Commented at 2007/06/19 18:20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