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봄, 오늘은 여름

그러게요, 날씨가 미친거죠… 한창 춥고 비가 추적추적 내려도 모자랄 12월 중순에 따뜻하고 화창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오늘은 아주 여름이더라구요. 덕분에 반팔을 입고 돌아다녀야만 했습니다.

사실은 오늘 회사에 안 갔어요. 일종의 예방휴식 같은 것이었는데, 지난주와 지지난주에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목요일, 금요일을 넘기기 좀 힘들었는데, 또 다른 팀 도와준다고 해서 몰라라 집에 일찍 가거나 빠지기도 그렇고 해서 일단은 버텼었죠. 주말에 쉬어서 좀 괜찮아졌는데, 남은 3일 동안에 해야될 일을 생각하면 여기에서 꾀병이라도 부려야 될 것 같더라구요.

아침에 일어나서는 공짜 쿠폰으로 빌려온 Fargo를 봤는데, 최근에 보았던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느꼈던 그런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지더군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형제의 영화는 굉장히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긴장감을 잃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까 The Big Lebowski도 1998년인가 대학로 지하 어딘가의 극장-아마도 순대타운이 있는 건물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에 극장이 있었나요?-에서 본 것 같은데,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디비디를 정오까지 돌려줘야 돼서 서둘러 보고 볼일을 보러 나갔는데, 오늘은 정말 아주 최악으로 시간을 낭비해서 집에 돌아오는데 참으로 처참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쇼핑몰에서도 동선을 잘못 잡아서 그 길고 긴 복도를 서너 번이나 왔다갔다했고, 전화를 끊었으니 반납해야만 하는 장비 때문에 고객센터를 갔어야만 하는데 한 번 갔던 기억을 더듬었다가 길을 잃어서 비싼 석유를 낭비하며 엄한 드라이브를 해야만 했고, 월마트에 들렀다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우체국에서는 3월까지 선편으로 보내는 소포를 일체 받지 않는다더라구요. 덕분에 우체국까지 차를 꾸역꾸역 몰고 갔다가 또 그 사람 많은데에서 한참을 기다려서, 얻은 것이라고는 50불어치의 물건을 비행기로 보내는데 90불이 든다고 하니 도대체 나라는 사람이 하루 종일 얼마나 바보짓을 하고 다닌걸까, 를 곱씹고 또 곱씹는 동기밖에는 없었던 거죠.

거기에다가 고국과 멀리 떨어져 사는 덕분에 그리 자주 비행기를 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가입된 그 잘난 모닝 캄 회원이 개인 화물제한에 어떤 특혜라도 주나 싶어서 전화를 걸어봤더니, 동남아가 아니면 해당사항 없다더군요. 전 정말 직항만 아니면 대한항공 타고 싶지 않아요. 맛없는 기내식이나 뭐 이런 것 대신에 한 방 맞으면 착륙할때까지 잠자는 주사, 뭐 그런 것 없을까요. 내키지 않는 비빔밥 먹고 다른 사람들 일어나기 전에 양치질하러 화장실로 뛰어가는 것도 정말 고역이에요.

아, 그 잘난 보안덕분에 요즘은 물도 가지고 탈 수 없죠? 그래서 작년에 서울에 갈 때는 승무원한테 물을 달라고 그랬더니 작은 병은 없고, 컵에 담아다 준다고 그러더라구요. 해서 컵으로는 성이 안 차니까, 큰 병으로 달라…고 부탁했더니 1.5리터 큰 병을 쇼핑백에 고이 담아와서 덕분에 비빔밥 안 먹고 열 다섯시간 반 동안 물만 먹고 바다를 건넜다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처럼 남의 나라에서 노동착취비자로 계시는 분들, 혹시 나갔다가 무엇인가가 잘못되어서 다시 못 들어오게 되는 악몽 같은 것 꾸신 경험이 있나요?

 by bluexmas | 2007/12/11 14:45 | Lif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at 2007/12/11 15: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12/11 15: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12/11 23:54 

하하….노동착취비자일때보다, AP일때가 더 괴로와요. 이상한 방으로 끌고가서, 서류도 더 자세히 보고… 카운터는 왜 그렇게 높고, 이민심사관은 왜 그렇게 높은데 앉아있는지… 그렇게 내려다보고 싶은지…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는데 한표.)

 Commented by 샤인 at 2007/12/13 13:28 

ㅎㅎ blackout님 마지막말 동감이요-_-;

전 서류통과만하고 영주권받기전에 각종 서류갖고 비행기를 탔다가

Dallas 공항에 도착했을때 직원들안내로 뭐 그런 서류처리하는 룸에갔는데

무슨 사람을 앉혀놓고 20분도넘게 지네들끼리 잡다한 chattin하느라

정신이없더군요. 내 다음 비행기가 몇시인지따위는 상관도 안한다는;;

처음으로 밟은 미국땅이라 낯설은기분에 컴플레인하면 나쁜마음먹고

더늦게해주지않을까싶어서 가만히있다가 나중엔 혼자 열이 슬슬올라서

나중엔 결국 성질 다 드러냈던 기억이;;

꼭 가져와야한대서 안구겨지게 조심조심 계속 손에 들고갔던

제 chest 엑스레이는 열어보지도 않더군요. 아놔. -_-

결국 얻은결론은 한국이던 미국이던 컴플레인잘하는사람이

뭐든 빨리얻고 빨리가고 직원들도 잘해준다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2/15 06:16 

비공개 1님: 그러나 저는 워낙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인지라, 그냥 한도에 맞춰서 쌌어요. 저는 항상 체중계를 써서 무게를 맞추거든요.

비공개 2님: 요즘은 쓸데없이 보안이 너무 강화되어서 공항에만 가도 짜증이 버럭 나죠… 멍청한 미국놈들 하는 짓이 다 그렇죠…

blackout님: 그렇군요.

샤인님: 뭐 잘나지도 않은 놈들이 그렇게 텃세를 부리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