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너츠 가(家)의 굴욕, 가짜 구운 도너츠
보통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실패한 음식의 포스팅은 절대 올리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이건 그냥 너무 웃기기도 하고 또 이렇게 실패도 한다는 걸 보이고 싶은 변태적인 욕망도 도저히 잠재울 수 없어서 그냥 올립니다.
이 레시피의 근본은 제가 즐겨가는 음식 블로그들 가운데 하나인 101 Cookbooks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사실 레시피들도 늘 좋아보이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사진이 더 좋아서 음식 사진은 어떻게 찍나 참고할 겸 자주 들러왔는데, 여기에서 발견한 Baked Doughnuts의 사진에 반해서 한 번 도전해보기로 마음 먹었던 것입니다. 도너츠를 먹고는 싶지만 튀긴게 싫어서 안 먹어왔는데, 과연 이 레시피는 어떨까…시험해보고도 싶었구요. 거기에 포카치아를 만들 때 감자를 넣으면 조직이 더 부드러워진다고 해서 고구마를 넣어봤습니다. 뭐 잘만 되면 고구마 도너츠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결과는 아주 처참한 실패로, 도너츠 가문 종친회에서조차 입장을 거절당할 것 같은 기형 밀가루 덩어리를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어쨌거나 혹시 도전해보고 싶은 분이 계실까 레시피를 보쌈해다 올립니다.
재료(18-24개 정도 도너츠의 분량)
1 1/3 cups warm milk, 95 to 105 degrees (divided)
1 packet active dry yeast (2 1/4 teaspoons)
2 tablespoons butter
2/3 cup sugar
2 eggs
5 cups all-purpose flour (alternately, white whole wheat might work – haven’t tried it yet)
A pinch or two of nutmeg, freshly grated
1 teaspoon fine grain sea salt
1/2 cup unsalted butter, melted
1 1/2 cups sugar
1 tablespoon cinnamon
만드는 법
1. 1/3 컵의 따뜻한 우유에 이스트를 섞어 5분 정도 놓아둡니다.
2. 남은 우유와 버터, 설탕을 섞어 1에 섞어줍니다.
3. 계란, 밀가루, 소금, 너트멕을 섞어 반죽을 만들어 믹서로 반죽합니다. 인력으로 하다가는 팔이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_-;;;
4. 반죽이 완성되면 1시간 정도 발효를 시킵니다.
5. 1/4 인치 정도로 편 다음, 7센치미터 정도의 원형으로 잘라 팬에 얹어서 가운데를 파 줍니다.
6. 45분 정도 2차 발효를 시킵니다.
7. 화씨 375도의 오븐에서 8-10분정도 구워줍니다.
8. 1/2 컵 버터를 녹여 도너츠를 담근 다음 계피설탕에 굴려줍니다.
혹시 링크를 따라 이 레시피의 근원에 닿으신다면 그 사진에서의 도너츠가 제 것과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뭐 계란, 설탕, 버터 등등이 들어갔으니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 느낌 어디에서도 지금 입에 넣고 있는 밀가루 덩어리가 도너츠라는 자기최면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없었습니다. 어릴때 일요일 오후면 가끔 부모님께서 오뚜기 도너츠가루를 사다가 도너츠를 튀겨주시곤 했는데, 이건 정말 그 도너츠의 추억마저 욕되게 하는 제 짧은 베이킹 경력 최악의 실패였습니다. 뭐 구운 도너츠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었지만 겨울에는 집이 추워서 제대로 된 발효가 불가능 한 것도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오븐을 이용하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봤는데, 그 어떤 방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여간 이번 실패로 자신감에 처참한 상처를 입어서, 당분간 베이킹을 안 할 것 같습니다.
# by bluexmas | 2008/01/14 13:48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2/11/07 15:59
…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이 도너츠는 실패작이다. 아주 오래전, 그것도 튀기기 귀찮아서 구워보려 했다가 처참한 실패를 맛본 후 그 트라우마를 안고 여러해를 살다가 이제는 벗어버리고 싶어 간만에 기름솥을 데워 시도해보았건만, 결과는 이전 트라우마 위에 한 겹의 트라우마를 덧씌우는 꼴이 되고야 말았다 … more




제가 보기엔 위의 도너츠 역시도 멋진 전위예술입니다.^^


발효는 시간보다 부푸는 정도를 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눈대중이다 보니 정확하지 않아서 늘 잘못하기 일쑤지만요. ㅠㅠ
저는 밥통을 보온 모드로 한 다음 뚜껑 열어 놓고 발효시킨답니다. (반죽 그릇에는 랩 덮고) 오븐보다 쉽게 부푼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서 편하더라고요.


저 사이트 가봤는데 좋은 레시피가 많이 있네요. 덕분에 참고 할께요-!



(배고파서 그런지) 거대한 어니언링으로 보였습니다!;






hotcha님: 원래 음식에 관해선 전통예술을 추구하는데 본의 아니게 결과물이 전위예술이 되고 말았네요^^;;;;
turtle님: 사진 너무 좋죠 그 사이트? 여러곳에서 말해주는 발효 정도를 확인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원통형 용기에 반죽을 담고, 높이가 반죽의 두 배 되는 곳에 고무줄을 끼워 놓으면 딱 부피가 두 배 되는 지점까지만 발효를 시킬 수 있죠.
쏘리님: 그, 그런가요-_-;;;; 그 사이트 좋은 레시피 참 많아요. 실효성은 이제 좀 의심하게 되었지만…
모조님: 스테로이드를 맞아서 근육이 미친듯 부풀어 오른 양파링이랍니다^^
린달님: 음…그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전기장판도 좋다고 누가 그러던데…
basic님: 그러게요. 다음에 서울 가면 그것도 한 번 해드려야 되나…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너무 훈훈한 겨울을 나시는 것 같아 근처에 가기도 부담스러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