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Legend(2007)-영화를 보고 생각났던 몇 가지

벌써 개봉한지도 한참 되었고, 저도 보지 않은 개봉작들이 슬슬 밀리기 시작해서 윌 스미스가 아니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새삼스레 줄거리며 긴 이야기를 늘어놓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각본이라서 그런지 윌 스미스가 아니었다면 아예 보지도 않았고, 별로 재미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의 이미지가 좋아서 나오는 영화는 웬만하면 다 보아왔던 것 같은데, 정작 재작년에 개봉했던 The Pursuit of Happiness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미지 자체 말고 연기가 좋다고 생각되었던 영화가 이것말고도 또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언제나 연기에 대해 전혀 감도 잡을 수 없을만큼 보는 눈이 없는 제가 보기에도 잘 끌고 나간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았습니다. 물론 거의 그 혼자 나오는영화이기 때문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지만…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영화가 절정으로 치닫기 전에 그가 슈렉의 DVD를 보면서 대사를 따라하는 것이었는데, 극중이지만, 아, 그가 정말 외로웠구나, 라는 생각이 그냥 들었습니다. 저 역시 뭐 혼자 만만치 않게 오래 산 사람이다보니, 그렇게 극한적인 상황은 아니어도 어떤 상황에서 결국 그렇게 된다는 건 어렴풋이 감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좀 황당무계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는데, 결국 좀비들이 네빌 박사(윌 스미스)의 집으로 침입, 연구실 유리문을 부수기 시작할때, 네빌 박사는 마지막으로 여자 좀비에게 주사했던 백신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을 확인하고 좀비들에게 외치죠, 너희들을 고칠 수 있다고… 그러나 이성적인 판단력이 완전히 상실된 좀비들은 그저 그를 잡아 죽이기 위해 계속해서 유리문에 박치기를 해댑니다. 저는 엉뚱하게도 그 장면을 보고 무지한 대중과 선각자의 대립, 뭐 좀 더 엉뚱하게 구체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에 처해졌던 인민재판의 생각이 났습니다. 성경을 마지막으로 읽은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하여간 이미 이성이 마비된 대중들은 예수 대신 살인자를 택하고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쳐댑니다. 물론 성경 말씀을 따르자면야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바침으로서 대중들에게 구원을 주었고, 네빌 박사는 안 죽었어도 구원을 줄 수 있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저도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너무 엉뚱하다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종교 얘기가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네빌 박사를 구하러 온 애나와 박사의 종교를 놓고 벌어지는 대립은 웬지 저에게는 영화의 전개에 그렇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집어 넣은 일종의 군더더기라고나 할까요? 신은 없다던 네빌 박사는 결국 죽을 수 밖에 없었지만 결국 치료약을 발명한 사람은 그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이었고, 게다가 그는 좀비들을 죽이고 애나 모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집니다. 결국 무신론자가 순교를 한 셈이죠. 뭐 이러한 연결이 적절한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러한 상황의 설정이 전체적으로 아이러니를 불러 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게 보았던 Pan’s Labyrinth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Orphanage가 전국 개봉 되었는데도 아직 보지 못했고, Sweeny Todd도 역시 못 봤고…Atonement도 호평과는 달리 의외로 전국 개봉해서 걸리는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DVD로나 봐야 될 것 같더군요.

참, 영화에서의 좀비들은 어째 그렇게 안 무섭게 디자인을 했는지… 왜 자꾸 I, Robot의 로보트들이 생각나는지 저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by bluexmas | 2008/01/15 14:20 | Movi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at 2008/01/16 04: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1/16 09:43 

스위니 토드 봐야 하는데… 아직도 걸려있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1/16 13:50 

비공개님: 그, 그러고보니 웬지 비슷했던 것도 같아요. 특히 두상이요. 원래 머리통 못 생긴 사람은 짧은 머리하기 쉽지 않은데, 아주 똘망똘망하니…^^;;;

Sweeny Todd는 꼭 봐야 될 것 같은데…Atonement는 예고편에서 본 전장의 디테일이 너무 죽여주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카이라 나이틀리가…-_-;;;;

blackout님: 그러게요. 여기는 왜 영화가 한 달을 못 가는 느낌일까요? 인기가 별로 없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