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함이 살아있는 무쇠솥 통닭구이
어제의 글은 오늘의 음식글을 올리기 위한 전주곡 같은 것이었다. 이 레시피를 거기에서 얻었으니까.
여러가지 다른 조리법으로 오븐에 닭을 구워 먹어봤는데, 미국의 레시피는 껍질을 바삭바삭하게 굽는게 굉장히 민감하다. 그래서 그런 껍질을 얻기 위한 조리법이 꽤 된다. 이를테면 굽기 시작할 때 오븐의 온도를 높이 올려 껍질을 바싹 구운 다음 낮춰 속을 익힌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한다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껍질을 바싹 구울 때 고기가 잃게 되는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예전에 올렸던 것처럼 맥주를 뒷꽁무늬에 찔러 넣어 익힌다거나… 트럭에서 파는 통닭구이처럼 여러시간 구우면 껍질이야 바삭해지겠다만, 고기는 과연 어떻게 될까? 닭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달라서 애초에 지방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여러시간 그냥 구우면 장땡인걸까? 그런 닭을 안 먹어본지가 워낙 오래라 뭐라고 말하기 참 어렵기는 해도, 질긴 닭을 먹어본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냥 마트 같은데에서 파는 닭들이라는 게 사실 채 일 킬로그램도 되지 않은, 병아리티를 벗은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청년닭들이라고 생각하면 그만큼 연한 살들을 과연 얼마나 오래 익혀야 될까, 정말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구워도 어차피 껍질을 먹지 않을 것이라면(사실 내가 썼던 레시피들 가운데 정말 껍질이 바삭거려서 먹기 좋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질겨지면 질겨졌지, 바삭거리지는 않더라. 내가 못 구웠다고 말하면 할 말이야 없다만…), 가급적 수분의 손실을 적게 가져오는 방법으로 굽는 게 좋고, 이 조리법은 그렇게 하기 위해 두껍고 무거운 무쇠솥에 닭을 넣고 비교적 온도가 낮은 오븐에서 굽는 방법이다. 사실 이 조리법은 ‘Poulette en Cocotte’라고, 프랑스의 조리법으로 비스트로 같은 곳에서 나오는 음식이라고 한다(텔레비젼에서 솥째 닭을 들고 나와 손님 앞에서 잘라주는 걸 본 적이 있다).
준비 역시 비교적 간단하다. 보통 이런 식으로 닭이든 돼지든 소든 고기를 굽게 되면, 야채를 굉장히 많이 넣고 함께 굽는데, 그 야채에서 나오는 수분이 고기의 맛을 희석시킨다고 해서, 여기에서는 기껏해야 양파 반 개, 샐러리 반 개 정도를 넣는다. 그렇게 해서 닭을 굽고, 남은 야채와 지방의 맛을 보아 닭을 찍어먹는 소스, 프랑스식으로 말하면 ‘jus’를 만든다.
재료(큰 닭 기준)
닭 1마리(2-2.5kg)
고운 소금 1 작은술
후추 1/4 작은술
올리브 기름 1 큰술
양파 1개, 썰어서 준비한다
셀러리 1개, 썰어서 준비한다
마늘 6쪽
월계수 잎 1개
로즈마리 가지 1개
레몬즙 1 작은술
만드는 법
1. 오븐을 120도로 예열한다.
2. 무쇠솥을 달군다.
3. 닭의 물기를 잘 닦아내고 소금과 후추를 골고루 바른다.
4. 가슴부분을 먼저 솥에 지진다. 5분 정도 걸린다. 야채도 함께 넣는다.
5. 뒤집어서 반대쪽을 6-8분 정도 지진다.
6. 그 상태로 수분과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솥뚜껑에 은박지를 덮고, 오븐에 넣어 굽는다. 시간은 닭에 따라 다른데, 우리나라에서 파는 1kg 안팎의 닭 아닌 닭이라면 50분 안쪽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닭이 다 익었는지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온도계를 쓰는 것인데, 이 조리법의 경우 가슴살(74도)과 허벅지살(77도)의 온도를 따로 잰다. 만약 온도계가 없다면, 눈으로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닭 허벅지와 몸통을 잇는 부분이 벌어졌나 보는 것이다. 이 부분의 살이 저절로 벌어지는 정도가 되면 닭이 다 익은 것이다.
7. 닭을 꺼내 은박지로 덮어 20분간 휴식시킨다.
8. 솥바닥에 깔린 국물을 걸러, 다른 냄비에 넣고 레몬즙과 소금 후추를 넣어 살짝 끓여준다.
9. 닭을 꺼내 부위별로 자른다(곧 동영상 업데이트 예정)
10. 접시에 담아 먹는다.
온도계로 쟀을때, 온도가 너무 많이 올라가있어 마를 때까지 구운 건 아닌가 걱정했으나 조리법이 그래서 그런지 고기는 하나도 퍽퍽하지 않았다. 단백질이 있으면 탄수화물도 따라야 하는 법, 감자를 오븐에 같이 넣고 구웠다가 마지막에 버터와 말린 허브를 넣고 살짝 볶았다. 역시 버터를 더하니까 맛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이런 종류의 두껍고 무거운 냄비가 있으면 그렇게 손이 많이 가지 않아서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다. 사실 닭이 조금 더 커야 되는데, 1kg도 채 못 되는 백숙용 닭은 그 맛이 그렇게 깊지가 않다. 닭도 골라 살 수가 없다. 이나마도 늦게 이마트에 들렀더니 문닫는다고 하는 시간 20분 전에 닭을 다 치워버려서 다시 가져다달라고 얘기해서 샀다.
# by bluexmas | 2009/10/29 11:23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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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솔직히.. 저 감자가 닭보다 더 맛있어보이네요! 제가 감자를 좋아해서 ㅠㅠ 닭도리탕에서 감자만 골라 먹어요. ㅋㅋㅋ
어머니는 가끔 신세계에서 유기농인지 뭔지, 하여간 조금 비싼 닭을 사다 냉동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십니다. 지금도 몇 마리 냉동고에 들어가 있는데 덕분에 저도 호시탐탐 뭘 해먹을까 노리고 있지요.^^;
집에 있는건 작아서 안들어가요. 흑 ㅜ_ㅜ
비공개 덧글입니다.
..사팍에서 카트맨이 껍닭만 골라 먹어서 친구들의 분노를 산 에피소드도 기억 나네요
그만큼 서양인들에게 바삭한 껍닭은 중요한거로군요
확실히 퍽퍽살에서 촉촉함이 흐르네요
퍽퍽살만 남기는 제게 요긴한 레시피
솥이 없으니 어디다 하면 좋을까요..일단은 메모 메모~
그리고 동영상은 정말 업데이트 했지요^^
닭을 잘라서 늘어놓은 모습이 넘 재밌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