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부풀지 않는 하루
폭발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쌓아놓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가 정말 빵 터져버릴 것 같아서 오늘 하루 일을 접고 밥을 해 먹었다. 1주일에 한 번, 서너 시간 정도라도 할애해서 뭔가 먹을 걸 만들어 놓지 않으면 정말 그 1주일 내내 먹는 게 비루해지고, 삶도 따라서 비루해진다. 국이나 반찬 한 두가지만 만들어 놓으면 밥을 차려 먹고 치우는데까지 30분도 안 걸리는데, 귀찮아서 그것도 안 만들어 놓으면 매 끼니마다 뭔가를 준비하고 또 치워야 하고, 그러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원래는 간단한 음식들만 만들려고 했는데 시들어가는 레몬을 비롯해서 남는 재료들이 많아서 베이킹도 좀 했다. 어차피 빵도 떨어져서 밤새 발효를 시켜 같은 레시피로 다섯 번째 빵을 만들었는데 이게 완전히 실패작이었다. 집이 따뜻하지 않으니 오븐에서라도 1차 발효를 시켜줄까 생각하다가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밤새 두었는데, 처음에 힘을 받지 않아서 그런지 끝까지도 부풀지 않았다. 완성된 빵은 그야말로 ‘doorstop.’ 그걸 필두로 생크림이 남아서 만든 비스킷, 레몬이 남아서 만든 파운드 케이크마저 하나도 부풀지 않아서 모두 빵이라기 보다는 떡에 가까워졌다. 오늘은 정말이지 아무 것도 부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눈이 내렸지만 마음도 별로 부풀지 않았다. 오늘따라 부쩍,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페투치니를 삶아 먹었는데 눈 오는 날과 묘하게 어울렸다. 다만 간이 조금 약했다. 사진은… 역시 선명하게 다 보여주는 건 재미없다.
# by bluexmas | 2010/12/08 23:34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