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밥의 위로
스트레스가 머리 터질 정도로 가득한 주말과 오늘 오전을 보내고 저녁에 먹은 잡채밥으로 위로를 삼았다. 사람이 가득찬 식당에서 오직 한가운데 테이블만이 비어있었다. 소음방지 이어폰을 끼고 ‘discontent’의 뜻을 다시 한 번 확인하다가 찾은 위키피디아의 항목 <Winter of Discontent>를 읽으며 뜨거운 잡채밥을 후후 불어 먹었다. 작은 뒷방의 원탁에서 맛있는 잡채며 양장피를 먹던 토요일 저녁이 생각났다. 그런 시절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오지도 않았는데 착각했던 것일 수도 있다. 착각은 자유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유를 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있는 듯 없는 게 자유니까 있다고 믿을때 또한 누린다고 믿어야지. 소음 방지 이어폰을 끼면 음식물 씹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뜨거운 불에 살짝 볶은 양파는 숨이 완전히 죽지 않아 씹는 소리가 정말 우적우적 엄청나게 컸다. 못 볶아 숨이 완전 죽은 양파라면 이 정도가 아닐테니 오히려 감사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아주 열심히 우적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스트레스가 지나간 다음 마음이라는 밭은 참으로 황폐해서 주인인 나도 며칠 동안은 외면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단 며칠일 뿐이다. 상태에 상관없이 씨를 뿌려야 하니까. 다음 차례는 잘 익지도 않지만 익어도 안 팔리는 비밀의 열매 같은 거다. 그 이후의 땅 상태는 또 어떨지 벌써 기대가 된다.
# by bluexmas | 2012/02/14 02:25 | Lif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