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의 선운사
1.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나는 송창식 세대가 아니었으므로 주로 네 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에서 <선운사>를 듣곤했다. 그러나 들으면서 한 번도, 어떻게 떨어지는 꽃송이가 사람의 마음처럼 슬픈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송창식의 표정이며 개량한복을 입은 ‘뽀대’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슬퍼지기가 어렵지 않던가?
2. 정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략 그런 이야기였다. 남매인지 자매인지 하여간 몇 명이 도깨비인지 귀신인지 하여간 무엇인지에 쫓기다가 차례차례 산신령에게 찾아가게 되었다. 도망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요. 어여삐 여긴 산신령이 수염을 훑어내리자 구슬인지 무엇인지가 나왔고, 그걸 먹은 남매인지 자매인지는 각각 무엇인가 기름기 도는 열매를 맺는 나무로 변했다. 형제든 남매든 분명 세 명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지막에는 수염을 훑어도 뭔가 잘 나오지 않아 힘껏 훑고 나서야 아주 콩알만한 구슬이 나왔고 이를 삼킨 막내는 뭔가 간신히 기름을 내는 나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들이 변한 나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백이었다. 창비에서 나온 전래동화집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원래 중국산이 아닌가도 싶다. 뭐 거기에서 거기겠지만. 이런 이야기 기억하시는 분 제보 해주시압. 창비 전래동화는 어째 읽었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일요일 아침, 선운사에 들렀다. 한 오 년만의 일이었다. 바다 건너에서 손님이 오셔서, 모시고 신안 염전을 거쳐 완도-강진-선운사-곰소-서울에 이르는 여정을 찍었다. 처음 들렀을때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가 그랬다. 미국에서 잠깐 들어와서는 북해도를 갔다와서는 그 다음날 들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가 발을 다치셨던 덕분에 차를 절 바로 앞까지 끌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때보다는 봄에 가까운 계절에 들렀지만 동백은 몇몇 꽃망울만이 필락말락한 상태였다. 경내에 머무는 20여분의 시간 동안 계절은 봄과 겨울 사이를 숨가쁘게 오락가락했다. 뭐 경내에서까지 그럴 필요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올 수록 활짝 피는 계절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다음 번에는 활짝 필때 올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그게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 딱히 꽃 같은 걸 기대하면서 살아본 적도 없을 뿐더러, 꽃이 활짝 피면 그만큼 사람도 많을테니까. 꽃도 있고 사람도 있는 것보다는 꽃도 없고 사람도 없는 게 나는 더 좋다. 그냥 사람이 없이 한적한 공간에 꽃이 핀 걸 최선을 다해 그려보고 말지.
참, 한겨울에 왔을때 ‘동백이 어쩌면 저렇게 좋대’라며 꽃도 피지 않은 것들에게 연신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그 할머니는 아직 살아계실런지 잘 모르겠다.
# by bluexmas | 2012/03/13 22:35 | Travel | 트랙백 | 덧글(8)
그런데 전 선운사 보자마자.. 연근차 마시고프다 란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