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음과 정신승리의 메카니즘

그러니까 화를 내는 사람들이 문제다. 나는 정말이지 우리가 세계 모든 음식을 각각의 종주국보다 더 잘한다고 그럴지언정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체 얼마나 삶이 즐겁고 행복하겠는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음식이 다 맛있게 느껴진다면? 그건 그 사람이 타고난 복이므로 평생 기꺼이 누리고 살아 마땅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헤아려보면 현실이… 그렇지 않다. 사실 그렇기가 한없이 어렵다. 맛있는 돈까스를 위해선 돼지고기보다 양배추가 먼저 맛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 맛있는 빵을 위해서는 굳이 국산 밀까지 필요하지 않지만 좋은 수입밀을 확보해서 잘 제분 및 배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이 그런가?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비단 재료 뿐만 아니라 조리 단계의 여건 및 역량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을 감안해서 한국의 일본식 돈까스나 프랑스식 바게트를 위시한 식사빵류, 온갖 케이크들이 맛이 없을 수 있다. 그게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음식이 맛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나아갈 바를 조금씩 찾아나가면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성질이 급하고 인성도 나쁘다.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느끼지도 못하지만 느끼더라도 인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화를 낸다. 한국의 식사빵 수준이 높지 않고 비싸고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외국 나가서 한식 찾기 어려운데 왜 외국인들을 위해 식사빵의 저변이 넓어져야 하는 거냐?’라는 망발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여러 갈래로 논파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만 말하자면 그렇다. 첫째, 외국에서 한식을 먹기 힘든 건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의 잘못이다. 둘째, 그게 무엇이든 한국이 다양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외국 음식 문화를 갖췄을 때 궁극적으로 이득을 보는 건 우리 한국인이지 외국인이 아니다.
믿고 싶으면 얼마든지 믿어도 좋다. 한국의 돈까스가, 스시가, 빵이, 케이크가 이제 일본이나 프랑스보다 우수하다고 믿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이렇게 정신승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비단 음식 뿐만 아니라 영화든 문학이든 음악이든 내가 누리고 즐기고 있는 걸 추켜세워주면 나도 덩달아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바로 그런 즐거움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틀린 주장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미움받아왔다.
한국의 음식이 맛없다고 해서 내가 한국인인게 부끄러워지는 것도 아니다. 맛의 일가를 이룬 나라들은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한번은 제국이었다. 우리는 그런 적이 없고 식민지배에서 벗어난지 이제 81년, 휴전한지 73년 밖에 안 되었다. 자주 쫄딱 망해서 진짜 굶지 않으려도 안간힘을 썼으며 산지가 국토의 삼분의 이인데다가 솔직히 농산물도 그다지 맛이 없다. 이 모든 걸 감안하면 음식이 맛없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화를 내지 못해 진짜 안달이 났다. 음식 맛없는 건 문제가 아니다. 전혀 그럴 일이 아닌데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아무나 붙잡고 화를 내고 인신공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두둔을 해도 맛이 없는 건 맛이 없는 거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1천 가지는 있는데 무엇보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싸고 돌기 때문에 맛없음을 못 벗어나는 것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