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라인하트의 통밀 50% 식빵

진짜 오랜만에 식빵을 구웠다. 대체 얼마만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랜만인데 여기까지도 그냥 온 것은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베이킹을 하지 않아서 머핀이나 당근 케이크 같은 것부터 다시 시작해서 간신히 돌아왔다. 한때는 너무 일이 주마다 한 번씩 구워서 레시피를 외우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반죽 상태에 대한 감도 거의 다 죽어서 처음에 좀 헤맸다.

이미 국내에는 번역 출간 후 절판까지 되어 버린 피터 라인하트의 ‘The Bread Baker’s Apprentice’에 실린 레시피를 통밀 50퍼센트로 조정했다. 통밀을 쓰면 반죽의 물성이 상당히 바뀌는데 그래도 50퍼센트까지는 물의 양을 10퍼센트 정도 늘려서 직발효로 먹을 만한 빵을 만들 수 있다. 그 이상의 빵은… 자연 발효종을 써야 하고 반죽도 미리 불려야 돼서 집에서 굳이 만들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빵까지 구워 썰어 냉동실에 쟁여 놓으니 좀 안심이 되었다.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길게 보았을 때는 십 년에 이르는 암흑기의 끝일 수도 있다. 삶은 고통스럽고 또 쓸데없이 덧없지만 그래도 잘 살고 싶다. 그래서 빵도 구우려고 하고 온갖 발버둥을 치고 있다. 왠지 발버둥만 치다가 삶이 끝날 것 같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