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소문동] 주경옥-머뭇거림의 맛

가격과 무관하게 어떤 음식은 사람을 오래 고민하게 만든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이 늘 좋게 나지는 않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음식이 음식의 본질이 아닌 세상에 고민을 한다니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물론 고민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고 결과가 받쳐줘야 하지만 적어도 이런 음식은 나를 좌절시키지는 않는다.

7월 말에 동소문동(또는 성북동)의 주경옥에서 먹은 음식이 오랜만에 그랬다. 원래 취재차 하단을 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가는 길, 집까지 한 시간은 족히 걸리니 뭐라도 먹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던 차 골목에서 발견한 집이다. 원료는 다르지만 원래 먹고자 했던 칼국수잖아! 그렇게 냉큼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갓 연 가게라는 느낌을 바로 받았다.

만두 세 개(6,000원)과 냉칼국수(14,500원)을 주문했는데 음식 전반에서 완성이 덜 된 맛을 보여주었다. 40퍼센트 정도는 기술 문제, 나머지 60퍼센트는 의사결정의 문제라고 느꼈다. 달리 말해 조리와 맛내기에서 왠지 덜 숙달되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지만, 그보다 만드는 사람이 원하는 맛, 또는 손님을 끌고자 내고 싶은 맛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듯 보였다.

일단 만두만 놓고 보자면 소의 간이 강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주방에 놓인 반죽 믹서와 피 및 면의 얇고 하늘하늘한 질감, 치고 올라오는 소금간으로 짐작하면 만드는 사람이 양식을 하지 않았나 추측되는데, 그 치고 올라오는 짠맛이 조금 덜 다듬어진 느낌이었다. 강도는 그럭저럭 좋은데 표정이 좀 거칠달까?

그리고 나머지 음식들, 즉 냉칼국수와 반찬에선 단맛의 주도권이 꽤 강했는데, 이것도 좀 흥미로웠다. 분명히 오래 한식을 한 사람이 타성에 젖어 혹은 의식하지 않고 내는 단맛은 아니고, 뭔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인데 좀 머뭇거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궁극적으로는 안 달지 않기에 아쉬웠다. 한편 냉칼국수의 육수는 역시 마지못해 조미료를 많이 쓴 것 같았고, ‘냉’이라는 접두어를 시원하게 붙이기엔 덜 차가웠다.

이 글을 가게와 관련된 사람이 볼 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무엇보다 국수를 담은 대접이 아쉬웠다. 내가 사진을 찍은 각도에서는 잘 안 보이는데 위로 올라올 수록 넓어지는 그릇이 아니고 단면이 거의 원통형에 가깝고 상당히 좁았다. 맨 윗면의 단면적만 놓고 보자면 보통 한식, 특히 냉면집 대접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다. 삶아서 얇게 저민 사태 등의 고명을 올린 형국을 보자면 음식이 가득 차 보이는 효과를 내려 한 것 같은데 여러 모로 먹기에 불편했다. 무엇보다 위로 올라올 수록 넓어지지 않기 때문에 옆면을 편하게 받쳐 들고 국물을 마실 수 없다는 점은 상당히 치명적이다. 의사결정의 차원에서 정말 궁금한 그릇이었다.

한참 먹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와 자신을 배달의 민족 직원이라 주인에게 소개했다. 개업한지 얼마 안 된 가게 같은데 배달은 안 하느냐 묻자, ‘맛을 잡기 전까지는 안한다’라는 요지의 답을 했다. 명함을 주고 가는 배달의 민족 직원의 등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음, 좀 더 과감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달 넘게 글을 안 쓰고 생각해 왔는데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내가 만들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 어떤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가? 이런 걸 읽을 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재방문하고 싶은 음식점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