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주은(*)- 두 마리 토끼
문을 열고 발을 들였는데 느낌이 좋았다. 여유롭고 차분한 공간에 너무 힘을 주지 않은 동시대적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 좋은 느낌이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한결 더 증폭되었다. 메뉴에 담긴 각 코스의 소개 글 덕분이었다. 가뜩이나 음식 전반의 언어가 정립되지 않아 장황하고 알맹이 없는 현실 속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설명하는 문구들이 좋았다. 상당히 고민해 쓰고 시간을 들여 다듬었을...
문을 열고 발을 들였는데 느낌이 좋았다. 여유롭고 차분한 공간에 너무 힘을 주지 않은 동시대적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 좋은 느낌이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한결 더 증폭되었다. 메뉴에 담긴 각 코스의 소개 글 덕분이었다. 가뜩이나 음식 전반의 언어가 정립되지 않아 장황하고 알맹이 없는 현실 속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설명하는 문구들이 좋았다. 상당히 고민해 쓰고 시간을 들여 다듬었을...
최근 레스쁘아에 별 생각 없이 가서 10주년 기념 코스(150,000원)를 먹었다(와인 별도). 코스는 예상 가능한 직선의 궤적으로 조금씩 완성도가 떨어졌다. 깎아 만든 듯 반듯하면서도 모든 맛의 균형이 정확히 잡혀 있는 아뮤즈 부시(푸아그라 테린)에서 최고점을 찍고 조금씩 내려가, 주요리(필레 미뇽 피티비에)에서는 모든 요소가 원래 해체를 추구한 양 한 번의 나이프 움직임에 모양도 맛도 분해되어 버려 하나의 음식이라는 느낌을...
나는 이제 음식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한편 이해하는 구석도 있고 절대 바뀌지 않을 것들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또한 그와 별개로 한편으로는 재료 등등의 현실이 제약이라고도 분명히 알고 있지만 현재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이 요리사의 자기 표현을 결사적으로 막을 만큼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가면 갈 수록 심경이 복잡해진다는...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인터넷을 뒤지면 찰나에 찾을 수 있다. 시카고 컵스가 백 몇 년 만에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를 우승했던 날이니까. 딱히 동기가 없더라도 기억할 수 있는 날이겠지만 굳이 기억을 시켜주려고 애쓰는 이도 있었다. 중계를 실시간으로 들으며 점심을 먹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느냐고? 당연히 없었다. 사실은 점심 자리 자체가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