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팬케이크 집중 탐구

최근 팬케이크를 진지하게 부쳐먹고 있다. 팬케이크에 탐구할 건덕지가 뭐 있느냐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많다. 사실 지난 25년의 대부분 동안 나는 팬케이크를 부지런히 탐구해왔다. 저 먼 옛날 푸드 네트워크 앨튼 브라운의 ‘굿 이츠’를 보고 한동안 팬케이크 믹스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비디오 보시라). 한편 기름자국이 남지 않고 깔끔하게 부치기 위해 늘 버터나 기름을 달군 팬에 소량 끼얹고 키친타월로 말끔하게 닦아 얇은 막만 입힌 뒤 부쳐 먹었다.
그런 상태로 한참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살았다. 셀프 팬케이크 믹스는 귀찮아서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고 일본과 미국을 섭렵한 뒤 가장 괜찮다 생각하는 밥스레드밀의 믹스 제품군에 정착했다. 그런 상태로 생각이 나면 가끔 부쳐 먹다가 최근 ‘아메리카스 테스트 치킨’의 비디오를 본 뒤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팬케이크를 꽤 오래 부쳐 먹었지만 내가 만드는 것이 엄청나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높지도 폭신하지도 않았기 때문인데 후자는 글루텐 활성화를 막기 위해 반죽을 너무 많이 휘젓지 않는다는 요령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물이 흡족하지 않았다. 어쨌든 요령은 알고 있는 가운데 높게 부치는 게 늘 어려웠는데… 반죽 자체를 되직하게 만들어서 처음부터 팬에 높이 올리면 결과물도 높게 나온다는 걸 비디오를 통해 깨달았다.
그렇다면 실행에 옮겨보자. 이를 위해 나는 팬과 뒤집개를 새로 장만했다. 집에 있는 둥근 팬들로는 1인분 네 장을 한꺼번에 부치지 못하던 게 아쉬워 화구 하나에 딱 맞게 올려 놓을 수 있는 사각형 번철을 찾았고, 거기에 맞는 논스틱팬용 뒤집개도 찾았다(꽤 오랫동안 생선용 금속 뒤집개만 써왔다).
나머지 부치는 요령은 익히 알고 있으니 일단 팬을 아주 약한 불에 달군다. 인내심을 가지고 최대한 천천히, 오래 달구는 게 중요하다. 최대 10분까지 달군다고 생각하고 불에 올려 놓고 그 사이 반죽(batter)를 준비한다. 내가 요즘 쓰는 밥스레드밀 믹스는 계란 1개와 물 ¾컵, 기름 1큰술만 더하면 되는데, 베이킹소다와 파우더의 반응을 고려하면 탄산수를 쓰는 게 반죽 팽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어쨌든 많이 섞지 않고 마른 가루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정도에서 멈춘다.
손을 팬에 펼쳐 가까이 다가갔을때 1초 이내로 오므려야 한다면 적당히 달구어진 것이니 기름이나 버터를 바른다. 보통 버터를 쓰는데, 이제 더 이상 예쁘고 고른 표면에 연연하지 않으므로 팬을 닦아내지 않고 그냥 적당히 흥건한 상태에서 반죽을 올린다. 이때 분배가 중요하므로 ¼컵들이 계량컵이나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반죽을 두 차례 정도로 나눠 올린다. 네 장을 부친다면 일단 한 차례 네 장분을 올리고 남은 걸 또 네 장에 골고루 분배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2-3분 기다린다. 기포가 올라오고 반죽의 가장자리에서 반짝거리는 느낌이 가셨다면 뒤집는다. 1-2분 더 굽고 내린다. 그렇게 끝이다. 그렇다, 탐구를 열심히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복잡하지는 않다. 팬케이크란 원래 후루룩 부쳐서 후루룩 먹는 음식이니까.
하지만 나도 모르고 살았던 다음 단계가 하나 남아 있다는 걸 또 최근 우연히 발견했다. 자연 발효종으로 빵을 굽는 이들은 팬케이크도 사워도우로 구워 먹는데, 이걸 흉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먹기 전날 밤, 믹스를 레시피대로 만드는 가운데 마지막에 제빵용 효모를 ½작은술 정도 더하고 랩을 씌워 그대로 둔다. 처음엔 상온 발효를 시켰더니 신맛이 너무 강해서 냉장 발효로 바꾸었더니 결과물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냥 팽창제만 쓰는 것보다 결과물이 훨씬 더 부드럽고 맛도 조화롭더라.

자, 이렇게 팬케이크를 부쳐 먹으면 되는데 마지막으로 빠지면 섭섭한 메이플시럽 이야기를 해보자. 단풍나무 수액을 끓여 졸인 게 메이플 시럽인데 한국에선 코스트코 커크랜드 브랜드가 가성비 최고다. 그런 가운데 최근 싱글 오리진 제품을 사먹어 보았는데 매우 훌륭한 가운데 어떻게 부쳐도 정교한 음식은 아닌 가정의 팬케이크에 짝짓기엔 좀 황송하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냉장고에 보관한 메이플 시럽은 유리병에 담겨 있다면 그대로 30초-1분 정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점도가 낮아서 팬케이크에 끼얹어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