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의 밤샘
어제 오늘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 불편함의 뿌리는 지금 도와주는 프로젝트에 있었다. 하루 새벽 두 시까지 뼈빠지게 야근하면서 도와주던 프로젝트를 넘긴 다음, 비슷한 일을 해야 되는 다른 프로젝트가 나왔는데 같이 일했던 우리 스튜디오 애들 세 명-나를 포함해서- 가운데 둘을 그쪽에서 도와달라고 불렀다. 내가 아닌 나머지 둘을. 우리 팀의 매니저 J는 나도 도와 줄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그렇게 나에게 얘기했다. 그러나 왜 나는 안 불렀는지 알 수 없었고, 또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나 데리고 일 하기 싫은가보네, 라고 농담처럼 한마디 툭 던지고 말았다.
그럼 이렇게 한가한 마당에 연말까지 좀 느긋하게 보내야지, 라는 생각으로 그동한 연습하던 3D 프로그램을 며칠 또 가지고 놀았는데, 그 팀에 불려간 나머지 둘이 나를 데리러 왔다. 손이 모자른 모양이었다. 누가 나를 이제와서 부르라고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가서 일했다. 물론 일은 재미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뭔가 제안을 해도 아무도 듣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이런저런 계획이 있어서 1일부터 그 주 주말까지 쭉 쉬었다가 월요일에 출근하려고 했는데, 마감이 앞당겨졌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를 끝내서 금요일에 나온다고 했다. 나는 안 나올거라고 얘기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소파에서 뒹굴며 텔레비젼을 보다가 열 한 시쯤 옷을 주섬주섬 입고, 커피를 내리고, 커피가 만들어지는 동안 땅콩버터와 딸기쨈 샌드위치를 몇 개 만들어서 들고는 회사에 자정쯤 도착했다. 아이팟을 셔플로 돌려놓고 아무도 없는 회사에서 지금까지 일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일이 하기 싫은게 아니라 사람들을 보는게 싫었다. 그리고 더 생각해보면 그건 그 사람들이 싫어서도 아니었다. 그냥 사람들이 움직이고, 말하는 것을 계속해서 보고 있노라면 피곤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이런 밤 사무실에서 일하는 기분은 괜찮다. 이렇게 뭔가를 하고 나면 그래도 내가 좀 쓸모있는 사람인 것처럼 생각이 드니까.
지금 시간은 아침 여섯시 이십 분, 아직 바깥은 깜깜하고 나는 지금 바다를 보러 남쪽으로 향한다.
# by bluexmas | 2009/01/02 20:22 | Lif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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