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계획

을 세우고 있다.

도시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일본 아니면 홍콩이 될 텐데, 홍콩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기는 하지만 갔다 왔으니 이번엔 통과. 그래서 결국 일본으로 가게 될 것 같다. 동경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 봤고, 북해도도 가 봤으니 그것도 통과… 사실은 2월에 일이 다 잘 마무리되면 겨울이 남아있는 북해도에 한 번 더 가려고 했었다. 눈 보러… 그러나 대한민국에도 눈이 이렇게 많이 오셨으니 질려버려서, 눈이 오는 곳으로는 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눈을 보면서 생각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게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또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곳으로는 역시 가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오사카로 가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조금 아쉽기는 하다. 거기를 못 가는 것 보다, 꼭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때에 못 가게 되는 것이. 게다가 2월=겨울, 3월=봄 또는 8월=여름, 9월=가을 이라는, 날씨에 상관없는 멍청한 계절 구분법(이런 멍청한 생각에 대해서는 글을 여러 개 쓴 것 같다)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여건 상 2월 마지막날 또는 3월 첫째날에나 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으니 이 여행이 겨울 여행이 아니라는 것 역시 못내 아쉽다. 그러나 뭐, 어디 아쉬운 일이 이거 하나 뿐이겠나, 살다보면.

애써 자위하자면 이번엔 가는 김에 좋아하거나 아니거나에 상관없이 안도의 건축물을 보고 와야 될 것 같은데, 그러려면 가기 전에 조사를 만만치 않게 해야 되니까 시간이 좀 필요하고, 그러려면 당장에는 떠날 수 없다. 게다가 영어권국가라면 가서 어떻게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나는 일본말을 전혀 못하고 일본의 인터넷 사정이 어떤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사전 준비를 거의 완벽하게 하고 가야 하야 할 것 같다.

건축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그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여행을 가면 반드시 건축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데에 시달린다. 그건 나한테도 예외가 아니고 덕분에 여행은 때로 여행이라기 보다 하나의 일처럼 여겨진다. 카메라나 책 따위를 잔뜩 짊어지고 뛰어다니다 보면 여행이 정말 쉬려고 다니는 것인가 생각이 들때도 있다. 요즘 다니는 여행의 행동 패턴은 그렇다. 잠을 대강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 거나 쑤셔 넣고 나서는 밖에 나가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저녁 쯤에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사진 저장하고 컴퓨터에 기록 남기고, 또 밖에 나가서 밤거리를 쏘다니다가 어딘가 들어가서 적당히 취할때까지 술 마시다가 들어와서 자던지, 아니면 방에서 술을 취할때까지 마시던지… 돌아올 때까지 그걸 되풀이한다.

물론 그래도 즐겁기는 하다. 에너지 떨어진지 오래다. 재충전이 필요하다. 사실은 그냥 차 몰고 어디 조용한 바닷가 같은데 가서 일주일 동안 잠만 잤으면 좋겠다. 머리맡에 물 한 주전자, 발치에 요강 하나만 놓고.

오사카 가보신 분들, 음식 먹을 만한데 추천 좀 부탁드릴께요. 종류 불문입니다.

 by bluexmas | 2010/02/16 01:32 | Life | 트랙백 | 덧글(28)

 Commented at 2010/02/16 01: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0

네 뭐 그분…잘 알고는 있지요-_-;;; 굳이 참고하고 싶지는 않지만…

 Commented by 제이 at 2010/02/17 01:21

씨익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1:30

^^;;;;;

 Commented by shortly at 2010/02/16 02:14 

빛의 교회 가시려구요? 저는 눈축제에 꼭 가고싶었는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1

네, 뭐 안도형님을 굳이 숭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기는 봐야할 것 같습니다. 직업 때문에라도…

 Commented at 2010/02/16 02: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1

아, 거기에서 오사카로 여름휴가를 가시는군요. 아니면 그때 이 근처에 오시는지도 모르겠네요. 여유있게 정보를 좀 모아보려구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16 02:25 

동아시아 쪽에서 어딜 간다면 전 광활한 차마고도를 가고 싶네요. 아, 샹그릴라두요.

티벳은 여름에나 가야 하는 곳이고..

위대한 자연 앞에서 그 누구도 없이 홀로 카메라를 들고 선 순간은 그 어떤 쾌감보다도 짜릿해요..

점점 저의 여행기준은 일반 사람들과의 기준과는 더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 같네요. 이러니 혼자 가죠.

뭔가 잘 알려진 명소를 가고, 맛있는 맛집가서 먹고.. 이러한 ‘관광’도 즐겁고 관광 안해본 나라와 도시 역시 수두룩하지만 요즘에는 관광보단 ‘모험과 감상’을 너무 하고 싶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2

고선생님은 자연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그냥 돌아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굳이 명소는 보지 않아도 되구요. 그냥 모르는 동네에서 술 마시는 게 좋던데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2/16 06:40 

푸켓도 좋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2

물론 좋지요. 몬스터님 계실때 꼭 들러보겠습니다~

 Commented at 2010/02/16 08: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3

으아 그 정보 저도 좀 나눠주세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안도 타다오라는 일본 건축가의 건물이 그 동네에 많아요. 가는 김에 보고 오려구요~

 Commented at 2010/02/16 09: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4

저 역시 마찬가지로, 휴양지에 가야만 할 것 같아요. 정말 쉬기 위해서는…

어느 박물관에서 일하시는지요? 곧 박물관에 대한 글도 쓸 계획인데 나중에 도움말씀 좀 부탁드려야 되겠습니다~^^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2/16 09:39 

일본말을 전혀 못해도 이상하게 전철같은데 안내 방송은 잘 들리더라구요.. ^^; 저는 카레우동 하고 모스코뮬 추천합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5

아 그렇군요. 치즈프라이님도 많이 다녀보셨나봐요. 오슬로에서도 일해보시고, 일본에도 가보시고… 굉장히 코스모폴리탄스러운 삶이네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2/17 15:33

일하던 업종이 좀 흉악해서 그렇습니다;; 심지어 파나마 운하도 지나보았다능; -ㅅ-;;

 Commented by 당고 at 2010/02/16 12:04 

저는 6월 정도에 오사카에 가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사카에는 짐만 풀고 교토나 고베를 돌아다니려고 하지만. 예전에 1년 정도 고베에 머문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 못 가 봐서 이번에 다시 가보려고요;

안도 타다오 건축물 보게 되면 후기 좀 올려주세요! 저도 이번에 한 번 가볼까 하고요 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7

4박5일로 잡아서 교토와 고베도 가구요, 기후라는 동네가 있는 걸로 아는데 거기도 가보려구요. 옛날부터 좋아하던 아파트가 있어서요. 세지마 가즈요라는 일본 여성 건축가의 건물들을 좋아해서 좀 찾아보려합니다~

 Commented by drtrue at 2010/02/16 18:37 

와..오사카! 좋으시겠네요. 낮에는 강박관념과 함께 하는 여행이더라도.. 밤에는 긴장 놓으시고 적당히 즐기다가 오세요~ 블루마스님 “요즘 여행패턴” 아주 좋네요. 크흐흐

혹시 교토 가실꺼면 꼭꼭 기온거리에 있는 커다란 재래시장 한바퀴 돌아보세요. 거기서 먹었던 오뎅의 맛은 아직도 못잊겠더라구요. 왕대박사이즈 장어덮밥도. 오사카_교토의 소문난 집은 대충 가봤지만 기온 거리 시장의 감동을 주는 곳은 못찾겠던데요. 물론 가격대비 감동…..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7 00:58

저의 요즘 여행패턴은 장소만 옮긴 노가다나 다름 없어요. 여기에서 하는 걸 거기에서도 하는거지요.

장어덮밥 좋아하는데 왕대박사이즈 꼭 먹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2/17 09:50 

지금 메쎄기간일 것 같은데…시간만 주어지신다면 좀 멀리 다녀오시는 걸 기분전환으로 추천합니다.

역시 저는 대리만족형 인간인가 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8 00:22

자영업자라서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어요T_T

메쎄가 뭔지 궁금한데요. 메가 쎄일 이런거라도 되는 걸까요?-_-;;;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2/19 17:27

메쎄…

Messe

<전시>지요.박람회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Commented by  at 2010/02/17 19:51 

제가 오사카 갔을 때는 카드를 안 받아서 무지 고생했더랍니다.

도쿄는 잘만 받더만 왜 ㅠ_ㅠ

할 수 없이 밥을 백화점에서만 먹는 대참사가.

몇 년 전 일이니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확인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8 00:23

그렇군요. 저도 좀 알아봐야겠어요. 백화점 지하에도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지 않아요…그러나 몇 끼먹으면 곧 질리기는 하더라구요.